감정도, 삶도 멈추지 않고 흐르기에

<아무도 모른다> 단평

by 송희운

※ <아무도 모른다>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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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인서트를 탁월하게 쓰는 감독으로도 유명한데, 그의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아무도 모른다>에서만큼 인서트가 잘 쓰인 순간들이 있나 싶다.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유독 '손'에 대한 인서트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손에 꼽으라고 한다면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닥에 흘려서 엄마에게 혼이 났던 교코가 엄마가 더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않게 된 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제대로 지워지지 않은 매니큐어 자국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는 장면이다.


아세톤이 아니면 좀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는 매니큐어처럼 한번 피어난 감정은 좀처럼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어린 교코는 이때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을까.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는 그저 '엄마'를 향해 그립다고 말조차 토해내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과도 닮은 빨간 매니큐어 자국을 만지고만 있었다.


엄마가 없이 서로를 의지해서 자라야만 했던 어린아이들을 비출 때 카메라는 최대한 영화 자체의 감정을 자제하고 아이들의 감정만을 담아내려 한다. 유키가 죽고 나서 묻은 뒤에 흐르는 음악을 제외하고 계속 반복되는 음악도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을 이끌어내려고 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정을 최대한 자제시키려는 방향으로 사용된다. 오히려 감정의 절제를 통해 영화는 자신들을 돌보아줄 엄마가 없기 때문에 억지로 성숙해져야만 했던 아이들의 '감정의 순간'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영화 속 주로 등장하는 푸른 혹은 초록빛의 색감들은 차가우면서도 고독한 느낌을 주며 아이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그 속에서 그들이 어떤 것을 느꼈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차가운 색감의 영화 속에서도 따스한 색감이 등장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것은 식탁에서 '엄마'와 함께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이다. 더 이상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그 장면 만은 또렷이 빛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떠난 뒤에도 아이들의 삶이 계속되었던 것처럼 영화가 끝난 뒤에도 아이들의 삶은 계속된다. 마지막 멈춘 화면 위로 자막이 떠오르는 순간 관객들은 느꼈을 것이다. 이 남매들이 앞으로 어떤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를.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