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인형> 단평
※ <공기인형>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기인형>은 인형을 통해 사람에 대해 성찰하는 영화이다. 인간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존재한 섹스돌 '노조미'는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면서 자기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며 방황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노조미는 엄연히 사람들의 삶 속에서 존재하지만, '사람'으로서는 존재하지 못하고 '사람'으로서 대우받지 못한다. 이는 이 영화가 갖는 가장 잔인한 측면이다. 사람과 유사한 모습을 갖고 있지만, 사람의 대용품이고, 사람의 사회 속으로 포함되지 못하는 존재. 유일하게 할아버지만이 노조미를 위로해주었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특별하게 여겨지길 바라는 사람에게 한 명의 사람으로 수용되지 못하자 노조미는 스스로의 삶을 마감한다. 노조미의 죽음은 오히려 인형인 노조미를 인간답게 만든다. 자신의 존재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의 삶을 끝내는 조미를 통해 영화는 그저 살아있는 존재만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공기인형>에서 보이는 사람에 대한 묘사는 참으로 섬뜩하다. 햇빛이 연하게 내리쬐는 일본 영화 특유의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영화 속에서 드러난 무정하고 잔인한 사람들의 모습. 노조미를 둘러싼 주변인들은 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들이지만 사회가 이들을 소외시키는 것처럼, 그들도 노조미를 인간의 범주에 넣지 않고 소외시킨다. <공기인형>은 인간의 잔인성을 평범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 드러내고, 그와 대조되는 인간이 아닌 존재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계속 반문한다.
이 작품에서 노조미를 맡은 배두나는 이 작품을 맡기 이전에도 이 작품을 맡은 이후에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색다른 연기의 결을 완성시켰다. 이 작품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인형의 표정과 아픔을 섬세하고 정밀하게 세공해내듯이 스크린 속에 그려냈고, 그러한 그녀의 연기와 투명한 햇빛의 색감이 어우러져 영화는 노조미의 감정을 더욱 비극적으로 완성해낸다. 그녀의 연기 중 가장 빛나는 장면은 노조미가 환상 속에서 생일 케이크를 받고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이전까지는 꾹꾹 눌러담아 감정이 새어나오지 않게 하다가 거의 유일하게 감정을 터뜨리는 이 순간은 배두나가 아닌 인형인 노조미를 살아있는 '인간'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가장 슬픈 장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