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밥 먹는 '가족'이기에

<도쿄 소나타> 단평

by 송희운

※ <도쿄 소나타>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쿄 소나타> 속 현실은 참으로 참담하다. 회사에서 잘린 아버지는 새로운 직장을 찾으려 애쓰지만 쉽지 않고, 우연히 만난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동창은 부인과 함께 자살하고 만다. 아버지가 지키고자 하는 가정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들은 같은 공간에 앉아 그저 같이 밥을 먹는 존재일 뿐 진정한 의미의 가족은 되지 못한다.


어머니는 집에 들어온 강도와 함께 떠나버리고, 아버지는 화장실에서 발견한 돈을 들고 도망간다. 큰 아들은 이라크를 향해 가버리고, 막내아들은 무임승차를 하려다 하룻밤 감옥 신세를 진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계속해서 서로 어긋나기만 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비탈길을 굴러가는 돌처럼 가족들을 서로를 향해 등을 보인 채 각자의 길을 걸으려고만 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집이 개판(?)이라 아무리 세상 밖으로 나와 헤매도 이 세상에 나와서 내가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장소는 '집'인 것처럼 영화 속 가족들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가족들은 강도가 들어왔던 때 그대로 엉망진창인 집에서 서로 모여서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에는 '가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여서 식사를 했지만, 이제는 유일한 '가족'이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여서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들은 가족이기에 서로를 말없이 받아준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가족들의 애환을 슬프게 그려내고 이들의 결합을 감동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개인주의가 팽배해버린 현대인들의 가정의 일면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너무나도 닮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현실적인 가상에 동일시되어 그 현실을 외면하고 도망치고 싶어 진다. 이렇게 현실과 닮아있기에 영화는 "그래도 가족밖에 없어!"라고 외치는 계몽적인 영화가 아니라 무감각하게 반복되어 온 일상처럼 여전히 삶은 계속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 어딘가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함께 밥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드러낸다. 말없이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지리멸렬한 인생 속에서 그나마 빛이 드는 순간이 아닐까라고 은근슬쩍 말하는 것처럼. 이 가족의 모습에서 아주 작은 희망을 보여줬다면 엔딩에서 울려 퍼지는 켄지의 연주로는 현실로 돌아가는 관객들을 배웅이라도 하듯 아름다운 선율로 좀 더 큰 희망을 불어넣어줬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