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알 수 없는 '나락'이란 공포

<미스트> 단평

by 송희운

※ <미스트>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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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다라본트는 여태까지 봐왔던 그 어떤 감독보다도 스티븐 킹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다.(뼈대는 같지만 감독이 훨씬 더 탁월하게 완성해낸 <샤이닝>은 잠시 제외하도록 하자) 프랭크 다라본트는 <미스트>에서 스티븐 킹 소설에서 느껴지는 일상 속 잠재되어 있는 특유의 신경질적인 분위기와 긴장감을 마치 유령처럼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카메라를 통해 보여준다. 한 인물이 대사를 하면, 그 인물을 급작스럽게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내는 연출 중 하나이다.


스티븐 킹 소설 속 가장 큰 주제라고 한다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공포보다는 초자연적 현상이 벌어지면서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본모습일 것이다. 미치광이 광신도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인간들의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면서 <미스트>는 극한의 상황을 통해 인간들을 살고 싶다는 본능에 가장 충실해지는 원시적인 상태로 돌려놓는다.


<미스트>는 단순히 스티븐 킹의 원작을 그의 소설 방식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영화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완성하는 것은 영화의 엔딩이다. 어딘가에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원작의 엔딩과 다르게 <미스트>는 영화 속 인물을 절망의 끝에서 영원히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우리가 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에서 소환된 공포가 삶의 희망마저 앗아가 버리는 파국이 된다면 그것만큼 공포영화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엔딩이 어디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미스트>는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을 지우고도 충분히 걸작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