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단평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딱 한 작품만 고르라고 한다면 <우주전쟁>을 주저 없이 고를 만큼 그의 작품 중 <우주전쟁>을 가장 좋아한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우주전쟁>을 손꼽는 이유는 어린 시절 읽었던 원작이 충격적이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름답고 눈부시게 보이는 풍경 속에서 너무나 예상치도 못하게 죽음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마치 삶을 찬양하는 듯한 이미지가 사실은 죽음을 감추고 있었던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그 허무한 엔딩마저 완벽하다고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원작의 엔딩도 같았기에 나로서는 그 엔딩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딱 한 장면만 고른다고 한다면, 레이첼이 들판에서 혼자 화장실에 가려다가 강가의 시체 떼와 마주하는 장면이다. 물가에 햇빛이 부서지는 평온한 풍경 위로 죽은 이들의 시체가 떠내려 오기 시작한다. 누가 봐도 ‘연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지만, 빛나는 풍경과 대비되어 흐르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죽음의 이미지만큼은 아직까지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경한 ‘죽음’ 그 자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잔잔한 물결이 햇살에 비치는 모양을 이르는 ‘물비늘’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장면이 또 어디 있을까 싶었다.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혹은 아름다운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일상 속에서 갑작스럽게 닥친 ‘죽음’은 9.11 이후 미국인들에게 드리워진 가장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악몽이 그들의 내면 속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시각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장면만으로도 항상 가족영화만 잘 만들어온다고 여겨졌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거장의 영역에 있다 칭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