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을 용기

[은주의 방]에 대한 단상

by 송희운


출처 : 네이버 웹툰


최근 들어서 가장 흥미롭게 보고 있는 웹툰은 바로 [은주의 방]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봤던 웹툰 중 하나였는데, 다른 웹툰들의 경우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연재되면 매력이 떨어지는 경우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은주의 방]은 시간이 지날수록 웹툰의 매력도가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웹툰 상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이 캐릭터들은 살면서 어딘가에서든 한 번쯤 만나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들이지만, 이 캐릭터들은 다른 웹툰들처럼 식상하지 않다. 그것은 이 캐릭터를 다루는 웹툰의 방식에서 기인한다. 흔히 권선징악의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될 경우, 착한 사람은 끝까지 착한 사람으로, 악한 사람은 끝까지 악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선악의 구조에서 탈피한다고 해도 한 캐릭터에 대해 어떤 성격이 부여되고 나면 캐릭터의 운명과 캐릭터에 대한 관객들의 태도도 그 순간 함께 결정된다. [은주의 방]은 다르다. 웹툰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웹툰 속 캐릭터들은 모두 '입체적'이다. 심지어 웹툰의 주인공인 은주조차도 오직 ‘착하다’는 하나의 성격으로만 규정되지 않는다. 은주에게 있어서 ‘착하다’는 특징은 은주 캐릭터가 갖고 있는 수많은 특징 중 하나일 뿐이다.



출처 : 네이버 웹툰


은주 캐릭터는 웹툰 속 가장 악역(?)인 혜진 캐릭터만큼이나 욕을 많이 먹기도 했던 캐릭터이다. 그녀의 행동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실제로 웹툰 속에서도 사람들이 보기에 답답한 행동들을 자주 한다.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경향이 보이기도 했고, 혜진이와 사이가 안 좋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던 과거 시절에는 혜진이에게 과한(?) 오지랖을 부리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독자들은 그녀의 행동을 통해 답답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사실 그녀의 모든 행동을 실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그녀와 우리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스스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계속 좋은 방향으로 용기를 내서 한 걸음씩 접근한다고 해야 할까. 모든 행동이 100% 이해되진 않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와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출처 : 네이버 웹툰


이 웹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띈 캐릭터는 혜진과 미숙이다. 1부와 2부 모두 통틀어 봤을 때 은주를 가장 괴롭혔던 두 인물은 3부에서 큰 변화를 맞이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항상 혜진의 친구 입장에서 그녀의 편만 들었던 미숙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난 뒤 은주로부터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고 은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그녀는 은주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몰아붙였다고 말하며 은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항상 자기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게 불만을 느꼈지만 그것을 표현할 줄 몰랐던 혜진은 자기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은주를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낀다. 이 웹툰의 묘미는 바로 이 지점이다. 모든 이들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이 웹툰은 인물들이 한 행동이 모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인생을 사는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으며, 그 각자의 사정이란 계기로 인해 서로의 관계가 헝클어질 수도 풀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과는 다르게 웹툰이란 매체의 성격 때문에 각 인물 간의 갈등 관계가 풀어지는 지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은주의 방]은 이러한 갈등을 쉽사리 해결하지 않고 천천히 세밀하게 묘사해나가며 갈등의 해결을 설득력 있게 그려나간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고구마로 독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정주나 다른 캐릭터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잘 알지 못했던 그들의 사정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어느새 독자들은 그들에게 욕하는 것을 멈추고 그들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웹툰


웹툰 속 타임라인은 어떻게 보면 우리 삶의 타임라인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모든 일은 영화, 만화, 드라마 등과 같은 수많은 매체가 묘사해온 것처럼 극적으로 해결되거나 빠른 속도로 전개되지 않으며 때때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어려울 정도로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먼 훗날에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마치 웹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고재는요?”라고 매화마다 댓글을 남겼던 것처럼…) 이렇게 [은주의 방] 곳곳에서는 우리가 사는 삶이 조금씩 엿보인다. 그 삶은 인간관계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순간들이 존재하지만 어떤 때는 그것이 눈 녹듯 사르르 풀리는 순간도 존재한다는 것. 그렇기에 때로는 우리의 삶도 살만하다는 것. 은주가 실수해도 멈추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어쩌면 이 웹툰은 그런 메시지를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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