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속 틀어진 유교 사상에 대하여
※ [킹덤]의 스토리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반기 최고 화제작인 [킹덤]은 스토리, 비주얼 등 하나하나 세세하게 신경 쓴 흔적들로 가득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물론 작품에 대해 아쉬운 점과 단점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킹덤]은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것은 확실했다. 많은 이들이 이미 관람을 마쳤기 때문에 스토리와 비주얼 등에 대한 수많은 리뷰들이 존재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킹덤]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킹덤]은 과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유교 사상과 관련된 이야기적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를 이을 남자아이를 갖기 위해 임신한 척하면서 임산부들을 모아 놓은 중전이라든지, 자신의 아픈 아버지를 걱정해 달려갔다가 좀비로 변해 아버지를 물어버리는 장면 등 스토리 상 중요한 부분에서부터 풍경에 대한 일반적인 묘사에 이르기까지 이런 특성을 가진 장면들이 수없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장면은 '양반'들과 관련된 장면이다. 세자가 좀비로 변해버린 시체들을 모두 불태워버리려고 할 때,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바로 '양반'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아들 혹은 가족들이 괴물로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가 주신 신체를 함부로 할 수 없다(身體髮膚 受之父母)는 그들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 사상으로 인해 그들에게 '좀비'란 없애버려야 할 적이 아닌 자신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인간의 귀한 '신체'이다.
이 양반과 관련된 장면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백성들을 실을 수 있는 배가 모자라자, 양반들이 먼저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이다. 자신들이 고귀한 신분에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나버리는데, 이때 아들의 시체를 함부로 태울 수 없다고 말했던 여인이 자신의 아들을 몰래 숨겨왔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것도 귀해 보이는 장식장 같은 곳에 담아) 드라마 상에서 좀비는 사람들의 목숨을 노리는 해치워야 할 적이지만, 여인에게만큼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할 귀한 '아들의 신체'이었다. 결국 이 괴물이 된 아들로 인해, 노모뿐만 아니라 배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또 다른 괴물이 되어버린다. 드라마는 이렇게 신분의 귀천 없이 모두 다 동등하게 '괴물'이 되어버리는 모습을 통해 그 당시를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유교사상을 비틀어버린다.
[킹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을 불태워야 한다는 사실과 신체를 소중히 지켜야 한다는 유교사 상간의 괴리감으로 인해 일반적인 좀비 영화와는 다른 한국형 좀비물로 자신만의 특징을 갖는다. 미국 고유의 것이라 여겨졌던 좀비 장르물속에서 유교 사상을 마음껏 뒤틀어버리고 거기에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단청, 궁궐과 같은 풍경들을 녹여내어 [킹덤]은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도 색다른 외양을 가진 좀비물로 완성되었다. 시즌 1을 흥미롭게 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시즌 2를 몹시 기대하고 있는데, 장르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싶다면 조금 더 고어한 묘사가 등장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