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읽지 못한 그에 대한 '애도'

검정치마의 THIRSTY에 대한 짧은 생각

by 송희운

※ 검정치마의 'THIRSTY' 중 '광견일기'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검정치마의 팬이었다. 'Antifreeze'는 겨울이 될 때 마다 매해 들었던 곡이었고, '좋아해줘'는 내 노래방 18번이었다. 콘서트 가서 감동 받고, 콘서트에서 듣던 노래가 언제 나올까 전전긍긍 기다리며 팬클럽에서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항상 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검정치마는 제일 먼저 언급되던 한 마디로 나의 '최애'였다.


한 1년 안팍으로 그의 노래에 대해서 조금씩 이야기가 들려왔었지만,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할 지 조금 머뭇거렸다. '강아지'와 '음악하는 여자'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다시 이야기 시작했을때, 당분간은 지켜보자는 생각만을 갖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 멈추었다.



전작인 'Team Baby'가 너무 좋았기에 신보인 'THIRSTY'가 나왔을때도 내심 기대가 많았다. 앨범의 전곡을 다 듣지는 못했지만, 일단 가장 말이 가장 많았던 '광견일기'를 먼저 들어보기로 했다. 가사를 보기만 했을 때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발랄하고 경쾌한 음악들이 가사와 어우러져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심한 일그러짐으로 다가왔다. '강아지'에서 나왔던 아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랑이 '광견일기'에서는 아예 '사랑' 빼고 다 해주겠다는 이야기로 변모했다. 그에게 있어서 무엇이 변한 것일까.


돈만 쥐어주면 태워주는 여자, 음악하는 징그러운 여자. 검정치마 노래를 주로 채우고 있던 정서는 '사랑'이지만 '여성'에 대한 이런 묘사는 과연 그 사랑이 정말 진정성있는 '사랑'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순간들을 노래하지만, 여성에 대한 묘사들로 인해 남자와 여자가 서로 존중하며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것에 대한 묘사라기보다는 사랑에 빠진 자기 자신의 아름다운 순간에 도취된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드라마와 같은 다른 매체들은 이것을 보는 대중들이 '만들어진 환상'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살인마의 예술 행위가 등장한다고 해서 이것으로 살인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음악은 조금 다른 결을 지닌다. 무엇보다도 얼굴이 드러나지 않고,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완성되기 때문에 더욱더 개개인의 의견과 생각을 대표하는 것이라 받아들이게 된다. 검정치마란 아티스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른 것이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그의 음악은 '검정치마'의 의견을 반영한 목소리가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그전까지 이 아티스트를 좋아했던 모든 2030 여성들은 시간이 흐른 뒤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만 같은 아티스트에게 실망하게 된 것이다.


분명 예술에는 자유가 존재해야 한다. 사랑도 꼭 아름다운 방식으로만 묘사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방식으로 묘사될 자유가 존재한다. 하지만 예술의 자유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 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먼저 우선되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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