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어나더 컨트리] 관람 후기
※ 이 리뷰는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연극을 관람하고 작성하였습니다.
※ 본 리뷰에는 [어나더 컨트리]의 결말 및 연극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나더 컨트리] 속 명문학교 세계는 상당히 복잡하다. 학생이란 위치 외에도 기숙사장, 학생회, 선도부와 같이 학생 이상의 권위를 가진 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주인공인 가이 베넷과 토미 저드는 이런 권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들이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고집하는 가이 베넷과 마르크스주의를 따르는 토미 저드. 하지만 이러한 권위주의적인 사회 속에서 이들도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온다. 그것은 스스로 혹은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이다.
이들의 세계는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다. 권위에 저항하며 자신들만의 신념과 가치를 믿었던 가이 베넷과 토미 저드가 어쩔 수 없이 학교의 시스템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도 우리가 사회 속에서 무수히 겪는 수많은 현실 중 하나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증명하려고 해도, 그 가치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것을 이들은 사회로 나가기 전에 미리 깨달았을 뿐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이 베넷이라는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들보다도 격하게 현실과 부딪히는 캐릭터이다.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유달리 자신의 사랑에 관대한 낭만주의자인 그는 이 학교가 만들어 놓은 그 권위주의에 저항하면서도 자신이 학생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모든 이들이 종처럼 부리는 하급생 워튼을 다른 이들과 똑같이 하대한다. 그의 모습은 마치 계급이나 이념의 바깥에 있는 자유로운 영혼 인척 연기하면서 실상 그 내면 속에서는 그 계급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두려워하는 위선자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그는 자신의 사랑을 들키고 나서 완전히 그 주류 세계 밖으로 밀려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라는 그 경계선마저 넘어버리고 만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 토미 저드는 자신이 믿는 가치에 대한 뚜렷한 신념을 갖고 있고, 그것을 실행하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하급생인 워튼을 모든 학생들 중 유일하게 다정히 대해주기도 하고, 자신의 친구인 가이 베넷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두 주인공인 가이 베넷과 토미 저드는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였지만 [어나더 컨트리]의 수많은 캐릭터들 중에서도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캐릭터는 바로 '워튼'이었다. 상급생들의 명령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스스로는 아무것도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람. "이 곳에 처음 온 날 저는 정말 죽고 싶었어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억압된 폭력 속에 길들여진 '워튼'은 이제 누군가의 명령 없이는 살 수 없는 불안정한 존재가 되었다. 이 캐릭터를 보면서 결국은 이 명문학교라는 작은 사회의 축소판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어나더 컨트리]는 '워튼'이란 캐릭터뿐만 아니라 명문 학교 속에서 묘사되는 여러 학생들의 군상을 통해 국가와 국민의 다양한 관계를 드러낸다. 토미 저드처럼 국가라는 배경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살 것인가, 워튼처럼 국가가 내리는 지시만 따르는 무기력한 사람이 될 것인가, 파울러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에만 충실히 복종할 것인가 혹은 가이 베넷처럼 자신이 본래 속한 국가가 아무런 소용이 없는 사람이 될 인가. 연극 [어나더 컨트리]의 마지막은 마치 관객들에게 한 나라 속에서 자신이 어떤 입장인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되돌아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