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일기#3
드디어 휴직 첫날이 시작되었습니다.
기막힌 타이밍으로, 오늘은 아들의 아홉 살 생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16년 동안 늘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었을 시간. 오늘 아내와 아이의 손을 잡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생일을 기념해 롯데월드로 향하는 길, 가족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참 낯설고도 즐겁습니다.
빈자리 하나 없는 버스 안.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들떠 있는 건 오직 우리뿐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하루를 향해 바삐 흘러가는 아침, 저는 그 흐름에서 잠시 비켜 선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나만 툭 떨어져 나온 작은 돌멩이가 된 기분입니다.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서 흐르는 물살을 바라보고 있는 돌멩이처럼요.
아들은 아빠가 휴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가끔 묻곤 했습니다.
“아빠, 3월부터 집에 있어?”
“응. 학교 다녀오면 아빠가 집에 있을 거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예쓰! 아빠랑 놀아야지!” 하며 환호하던 녀석.
그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 한쪽이 따뜻하게 풀어집니다.
그래, 지금 휴직하길 정말 잘했다는 확신이 조용히 고개를 듭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 연차를 낸 것만 같습니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확인하며 회사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나 살피다가, 문득 ‘아, 나 휴직했지.’ 하고 멈춥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주머니 깊숙이 넣습니다. 지금은 가족과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할 때이니까요.
어느덧 계절은 봄으로 넘어왔습니다.
기분 좋은 햇살과 부드러운 온도가 마치 “앞으로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제 마음은 아직 겨울을 완전히 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겉은 봄인데, 속은 아직 안개 낀 겨울 어딘가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계절이 있다고 합니다.
아내는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을지,
그 녀석은 어떤 빛깔의 계절 속에 서 있을지,
그리고 나는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는 하루였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계절을 지나고 계신가요?
따뜻한 봄인가요?
뜨거운 여름인가요?
화려한 가을인가요?
아니면, 조용히 봄을 기다리는 겨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