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시크니스(Leisure Sickness)

쉬고 있는데 왜 아파요?

by 송파파

육아휴직일기 #6


"레저 시크니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소 극도의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에 있던 사람이 휴가나 휴식을 시작하자마자 면역력이 떨어지며 병이 나는 현상입니다.

우리 몸이 '전투 모드'일 때는 아드레날린 덕분에 버티다가, "이제 쉬어도 돼"라는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긴장이 풀리며 잠복해 있던 증상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죠.


처음 직장을 그만뒀을 때 첫 주에 몸살이 났습니다.

두 번째 직장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휴직에서도, 역시나였습니다.


10년을 넘게 한 직장을 다녔지만 그 10년이라는 시간도 저를 편하게 만들어 주진 못했나 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저도 모르게 항상 긴장하고 스트레스받고 버티며 살았던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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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아이를 데려다 주고 러닝을 했습니다.

개천의 새들, 강아지와 산책 나온 보호자들, 손잡고 운동 나오신 노부부.

어쩌면 세상은 '전투 모드'로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아침 풍경이었습니다.

문득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 강아지도 생각났고요.


이번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살건지 고민해보려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전투 모드' 없이 살 수 있을지.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전투 모드'와 '휴식 모드'를 스스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내와 가끔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 어디 가서 살까?" "제주도 갈까?" "강릉에 가서 살아볼래?"

막연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된 것입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현실입니다. "가서 뭘 해먹고 살지?" 아이가 있는 3인 1견의 가정이니, 낭만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으니까요.


이 1년이 그 막연한 꿈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얼마가 필요한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질문만큼은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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