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것
육아휴직일기 #7
육아휴직을 마음먹고 사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대기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무원조직도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중소기업이었으니까요.
사실 그동안 사무실에선 남자 직원은 아무도 육아휴직을 쓴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기존에 여직원 분들은 한두 분 정도 사용한 적이 있고 그분들은 나중에 복직하셨지만, 작은 중소기업에서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낸다는 건 어쩌면 퇴사하겠다는 말과 같은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휴직을 부장님께 말하고 혹시 회사에서 잡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은 회사에서 40대 10년차 남직원은 급여도 많이 나가는 사람이니 어쩌면 '잘됐다' 싶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물론 저 또한 평소 회사에 모든 것을 쏟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누구보다 근무 시간 이후의 내 삶이 중요한 사람이었죠.
사실 그렇지 않았다면 10년을 채우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을 다닌 직장에 1년간 휴직 의사를 전했는데 결재권자는 한 번도 왜 쓰려고 하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묻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괜히 이유를 설명하다가 불편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10년을 일했는데 아무 말도 없다는 것이 조금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다행이면서도 서운한, 두 감정이 동시에 드는 것이 묘했습니다.
그 서운함이 또 한 번 올라온 순간이 있었습니다.
10년을 혼자 해왔던 업무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왜 매뉴얼이 없냐는 말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이전에 매뉴얼은 이미 파일로 다 넘겨준 상태였고, 인계자 분의 질문에 구두로 답변을 했을 뿐이었는데.
속으로는 이렇게 묻고 싶었죠. "지난 10년 동안 내가 계속 해왔고 인수인계를 할 상황이 없었는데, 무슨 매뉴얼이 있겠어요?"
어쩌면 그런 감정 자체가 제 자격지심일지도 모르지요.
40살이 되었지만 아직 철이 덜 든 남자라 그럴지도 모르지요.
"불혹"이라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저는 주변의 소리에 흔들리고, 상처받고, 울고 싶은, 아직 그런 사람인 거지요.
1년의 휴직 기간 동안 저는 진짜 "불혹"이 되어 보려 노력 중입니다. 더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유로 상처받기 싫고, 눈물 흘리기도 싫거든요.
사람들은 불혹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생각하는 불혹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이 1년이 저에게 주어진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