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자기 주장에 대하여
휴직중인 남편의 아침은 느립니다.
6시에 눈을 떠야 할 이유는 없지만, 아내의 기상 시간에 맞춰 저도 일어납니다.
아내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 강아지 밥을 챙기고, 세 식구 아침을 간단히 차립니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돌아오면 그때부터가 진짜 제 시간입니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아내가 눈치를 주는 것도 아닌데, 괜히 혼자 눈치를 봅니다.
별로 없는 빨래를 찾아내고, 침대를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립니다.
그것도 모자라 아침에 출근 준비하는 아내 옆에서 오늘의 계획을 굳이 떠들어댑니다.
“오늘 흰 빨래 할 거고~ 안방 화장실 청소도 할 거야~”
나 탱자탱자 노는 거 아니라고, 하는 소심한 자기 주장이랄까요.
오늘은 운동을 못 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목에 담이 걸렸거든요.
덕분에 더 느긋한 오전을 보내다가, 아내한테 큰소리쳤던 화장실 청소가 생각났습니다.
얼마 없는 빨래를 끌어모아 세탁기를 돌리고, 화장실엔 락스를 뿌려두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슬슬 솔질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내가 오늘 하루를 깨끗한 화장실에서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정도면 오늘 하루 제 몫은 한 거겠죠?
이게 휴직 중인 남편의 완벽한 일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