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월 여느날
1. 오랜만에 코인 노래방에 갔다. 1,000원에 3곡하던 노래방은 이제 1,000원에 2곡으로 바뀌었다. 애초에 1,000원으로 충동 구매를 노리려는 전략이었을텐데 그만큼 운영이 힘드신가. 아니면 가격을 올려서 운영이 힘들어지신건가. 나는 코인 노래방에 가면 답지않게 발라드를 많이 부른다. 오늘은 이적의 매듭, 이소라의 tears를 불렀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입김을 후후 뱉으며 꽂은 이어폰에는 내리 포스트 펑크만 흘러나왔다. 문득 이질감이 들었다. 분명 24살까지의 나는 슬픈 노래만 들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부터 신나는 노래만 듣고 있는걸까?
나는 슬프지 않은지 오래 됐다. 아버지의 투병 때 말고는 일상적인 감정에서 삶의 슬픔을 느낀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사랑도 좀처럼 깊게 하는 법이 없고, 친구도 좀처럼 오래 두지 않는다. 어쩌면 강력한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살고 있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유행하는 감정이란게 존재한다고 본다. 빌리 아일리시와 우원재가 흥행하던 2018년에는 우울감이 유행이었고 2020년에는 그것이 극에 달해 2022년 즈음부턴 무기력이 유행하는 감정이 되었다고 본다. 이제는 그걸 넘어 체념이 유행하는 감정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유행따라가지 않는 나도 요즘은 유행 따라가나보다.
2. 직업 특성상 잦은 지역 발령이 많아질 예정이다. 예전엔 사실 모두가 날 잊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주 단톡 등을 나가고 멀리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래서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는 직장이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는 조금 부패한 사람이 된 것인지, 이제는 그저 한 곳에 머무르고 싶다. 그저 뿌리내리고 싶고, 백성은 없는 작은 임금이 되고 싶다. 내 젊음이 휘발되고 있는 것이 이런 부분에서 느껴진다.
3. 젊음이 급격히 휘발되고 있음에도, 내 사진을 찍어주는 이가 극히 드물다. 나는 모두의 젊음을 극진히 여기고 종종 타인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고 찍어주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내가 못생긴 탓인지, 좀처럼 나를 피조물로 삼으려는 사람이 없다. 지난 나의 애인들도 그랬다. 사랑을 덜 받은 건지, 단순한 그들의 귀찮음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잘 안나와도 좋으니 내 얼마남지 않은 젊음과 20대를 조금 더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