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새기들아
1. 이유가 없다
Top5든 Top7이든, 리스트 자체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왜” 그걸 골랐는지 설명이 없다는 거다. 그냥 결과만 던져놓고 “보라”는 건 독자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최소한의 설명조차 없으면, 그건 큐레이션이 아니라 단순한 이미지 나열에 불과하다. 심지어 유튜브 알고리즘용 양산 채널조차도 ‘Top5’ 영상을 만들면, 이유를 구구절절 붙인다. 그래야 10분 분량이 채워져서 수익 창출이 되니까. 그런데 정작 “매거진”이라는 간판 달고 있는 계정들은 그 정도 정성도 없다. 이게 말이 되나?
2. 큐레이터 본분을 버린다
물론 큐레이션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자격의 범위가 아니다.
큐레이션의 본질은 단순 나열이 아니다. ‘이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왜 지금 중요한가’를 알려주는 게 큐레이터의 본분이다. 전시회를 가면 작품 밑에 붙은 큐레이터 노트가 작품 자체만큼 중요하다. 그게 관객에게 해석의 열쇠를 쥐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스타 매거진식 Top글에는 그 노트가 없다. 그저 던져놓고 알아서 해석하라 한다. 독자는 결국 “왜 이게 중요한지”도 모른 채 스쳐 지나간다. 이게 바로 큐레이터의 본분을 저버린 태도다.
3. 잡지 전통을 모른다
더 황당한 건, 매거진을 표방한다는 사람들이 정작 잡지를 한 번이라도 사서 읽어봤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매거진이라는 단어가 괜히 ‘잡지’에서 나온 게 아니다. 잡지는 언제나 ‘분류’와 ‘설명’을 동시에 담았다. 단순히 나열하는 게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묶고 어떤 맥락에서 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전통이 있었다.
전통적인 매거진에도 Top10이나 Top5 같은 리스트는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엄격한 선정 기준이 있었고, 그 기준을 설명하는 글이 기본으로 따라붙었다. 그래서 독자는 단순히 ‘뽑혔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왜 뽑혔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인스타 매거진은 그 전통은 싹 무시한 채, 껍데기 단어만 가져와서 “우리도 매거진이다”라고 우긴다. 이건 큐레이션 놀이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매거진 코스프레일 뿐이다.
4.기대를 배신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인스타 매거진이 싫다”는 게 아니다. 사실 나 같은 아무 전문성 없는 놈도 흑백사진 몇 장 올려놓고 있어 보이는 척 글 쓰면, 그럴싸하게 흉내낼 수 있는게 인스타다. 문제는 그 놀이가 진짜 큐레이션의 가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도, 뻔뻔하게 “매거진”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독자의 기대를 배신한다는 점이다. 이름을 걸어놓는 순간 우리는 단순 정보 이상의 뭔가를 기대한다. 그런데 그 기대를 저버리는 순간, 콘텐츠는 공허해지고 소비자는 피로해진다. (나라고 뭐 잘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5. �
막말로, 그따구로 똑같이 할 거면 집에서도 해봐라.
“우리 엄마 집반찬 Top5” 이 지랄하고 이유는 쏙 빼봐라. 궁둥짝에 회초리 날아오는지 안 날아오는지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