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제목 어그로 좀 끌었다 우즈마키이동진vs우치하정성일 대결실화냐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와 아이폰이 각기 다른 철학으로 사용자들을 매혹시키듯, 한국 영화평론계에도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거장이 있다. 이동진은 갤럭시처럼 다양한 기능과 접근성을 자랑하며 대중친화적이고, 정성일은 아이폰처럼 세련되고 독특한 생태계를 구축해 특정 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그리고 힙스터들이 아이폰을 선호하는 이유와 비슷하게, 그들은 정성일에게 더 끌리는 경향을 보인다.
출신 배경만 봐도 두 사람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동진은 신문 기자 출신으로, 기사 문법은 “정보를 질서 있게 전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반면 정성일은 잡지사 출신으로, 잡지 문법은 “취향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이동진의 문장에는 대상을 분류하고 선명하게 비추는 안내자의 정서가 깔려 있고, 정성일의 글쓰기는 자기와의 대화를 밀어붙이며 독자를 자기 세계 안으로 초대한다.
실제로 과거 정은임의 영화음악에서 정은임 아나운서는 정성일을 소개하며 “이 분이 나오시는 날엔 저 역시 여러분들과 함께 조용히 이 분의 말씀을 듣겠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화법이 얼마나 독특하고 몰입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접근성의 높고 낮음이 취향을 갈라놓는다. 갤럭시는 다양한 모델과 가격, 개방적 생태계로 입구가 넓다. 이동진의 해설도 그렇다. 방송, 유튜브, GV, SNS를 통해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낮은 문턱의 언어로 길을 열어 준다. 반대로 아이폰은 비싸고 닫혀 있으며 제약이 많다. 하지만 장벽을 넘은 뒤 얻는 경험의 일관성과 상징성은 강력하다. 정성일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그의 평론에는 일종의 접근성의 불편함이 따른다.
그의 목소리를 온전히 들으려면 과거 라디오 프로그램 정은임의 영화음악 같은 아카이브를 찾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진처럼 클릭 몇 번으로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디깅’해야 얻을 수 있는 취향의 벽이 존재한다. 바로 그 불편함 자체가 힙스터적 희소성을 만들어낸다. 긴 토크, 난해한 인용, 불친절한 문장. 쉽지는 않지만 한 번 거기 들어갔다 나오는 경험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체험이 된다. 그래서 힙스터들은 종종 애플=정성일 / 갤럭시=이동진이라는 축에서 전자를 택한다. 장벽 자체가 문화자본이 되고, 그 장벽을 넘었다는 사실이 정체성의 증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동진은 넓고 밝은 광장에서 마이크를 든 사회자처럼 관객의 체험을 정리한다. 정성일은 작은 암실에서 함께 필름을 돌려보는 장인에 가깝다. 전자는 보편적 이해의 문턱을 낮추며 저변을 넓히고, 후자는 희소성과 강도의 아우라를 보존한다. 힙스터의 선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세계보다, “넘어온 자만” 공유하는 깊은 곳을 택한다. 접근성의 높고 낮음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취향을 통해 자기를 증명하는 방식을 갈라놓는 기준이 된다.
여기서 자주 떠오르는 공방이 있다. “쉬운 말로 어려운 걸 풀어야 고수다” vs “어렵게 써야만 도달하는 층위가 있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이것을 만화 나루토의 두 인물로 치환해보자. 이동진은 우즈마키 나루토와 같다. 누구와도 금세 친해지고, 밝고 직선적인 언어로 대중을 끌어안는다. 영화라는 세계를 “모두 함께 즐기자”는 태도로 안내한다. 반대로 정성일은 우치하 사스케에 가깝다. 혼자만의 길을 고집하고, 고독하고 난해한 방식으로 영화의 심연을 파고든다. 나루토가 인연과 공감을 중시하듯 이동진은 저변을 넓히고, 사스케가 자기 진실을 좇듯 정성일은 영화에 대한 자기 철학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둘 중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어디까지, 누구와, 어떤 위험을 감수하며 들어가고 싶은가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접근성이 취향을 가른다. 낮은 문턱은 보편을, 높은 문턱은 희소를 낳는다. 어떤 영화엔 나루토처럼 간결한 길잡이가, 어떤 영화엔 사스케처럼 집요한 동행자가 어울린다. 어떤 날엔 밝은 광장의 사회자가 필요하고, 어떤 밤엔 어두운 숲 속의 고독한 안내자가 필요하다. 좋은 관객은 둘 사이를 오가며, 영화라는 세계를 다양한 길로 탐험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