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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R이야기

조직문화가 성장하려면 저맥락화가 필요합니다

말보다 글이 필요한 순간

by 박송삼

처음부터 느린 조직은 없습니다. 모든 조직은 시작할 때는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속도가 더뎌지고, 의사결정은 복잡해지며, 새로운 구성원들은 적응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집니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다들 잘 알고 있겠지'라는 착각

"이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거예요."
"원래 우리는 이렇게 해왔어요."
"이런 건 기본 아닌가요?"


익숙한 말들인가요?

우리는 종종 이런 생각들로 중요한 것들을 말하지 않은 채 넘어가고는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 안에는 '암묵적인 룰'이 쌓이게 되고, 이는 새로운 구성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됩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말을 많이 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열심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전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메시지는 조금씩 변형되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전달했을 때 생기는 한계점이죠.


'고맥락 문화'란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알 수 있는 상황이 많은 문화를 의미합니다. 언뜻 보면 효율적으로 보이는 이 특성이, 조직이 성장하는 순간에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됩니다.




말에서 글로, 변화의 시작

실제로 작년 초, High Output Club(HOC)이라는 성장 커뮤니티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1인 사업가, 브랜드 오너, 프리랜서들이 모여 있는 이 커뮤니티는 7가지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당시 이 가치들은 단순한 한 줄짜리 문장으로만 존재했고,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올 때마다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더 명확하고 일관된 가치 전달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이러한 과정을 더욱 체계화하기 위해 '핵심가치 가이드북'을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은 문서였죠.


추상적인 가치들은 구체적인 사례로 바뀌었고, 기존 멤버들이 경험으로 습득했던 것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언어로 정리되었습니다.

- 추상적인 가치(고맥락) → 구체적인 사례 & 행동 기준(저맥락)
- 기존 멤버들이 경험을 통해 체득했던 것 → 신규 멤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
- 핵심가치를 매번 설명할 필요 없이, 문서로 공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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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이드북 제작을 회고한 글도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한 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ㅎㅎ)


이렇게 말을 글로 정리하면 조직에 특별한 변화가 찾아옵니다. 기존 멤버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고, 새로운 멤버들은 더 이상 모호한 설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구성원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점입니다.


말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글은 남습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일수록 이 원칙은 더욱 중요합니다. "이거 다들 아는 거 아니었어요?"라는 말이 조직 내에서 자주 들린다면, 그것은 바로 문서화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말을 줄이고 글을 늘려야 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에는 어떤 '당연한 것들'이 말로만 떠돌고 있나요?

오늘부터 한번 정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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