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찾다] - '군대 이야기'와 방문자 분석의 통계학
2015년 60대 여성 유모씨는 집안 정리를 하다가 군용 침낭을 발견했다. 내·외피가 있고 배낭 커버까지 있는 풀세트였다. 유씨는 이게 왜 자기 집에 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는 자녀들을 불러서 이것 좀 처리하라고 시켰다.
자녀들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이 군용품을 팔기로 했다. '짝퉁'이 아니란 걸 확인하기 위해 침낭 겉면에 표시된 '군용' 마크도 사진으로 찍어서 올렸다. 그들이 제시한 가격은 31만원.
며칠 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유ㅇㅇ씨죠? '군복 및 군용장구 단속법'을 위반하셨습니다. 경찰서로 조사 받으러 나오세요."
유씨는 경찰서, 검찰, 법원을 다니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저는 이 침낭이 진짜 군용인 줄도 몰랐습니다. 제가 비싸게 팔려고 이걸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고요. 이게 우리 집에 어떻게, 왜 왔는지도 모른다고요."
하지만 세 번의 재판에서 모두 판사는 벌금 30만원을 확정했다.
이 이야기는 2017년 4월 27일 중앙일보에서 많이 읽힌 기사 <'집에 둔 군용 침낭 팔아볼까' …대법원 'NO'> (https://news.joins.com/article/21520084)에 실린 내용이다. 어디서 들어봄직한 뻔 한 이야기인데 카카오톡에서 수십 회가 공유됐다. 전역할 때 탄피 하나씩 숨겨서 나온 군필자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돌려보며 웃었을 것이다.
군대 이야기는 반드시 읽는 고정 독자층이 있다. 이처럼 독자층을 염두에 둬 가며 기사를 발제 하면 평범한 이야기로도 높은 주목도를 끌 수 있다. 단골 독자층에게 통할지 예상하는 감각은 보통 오랜 경험에서 나오지만, 중앙일보에는 이를 도와주는 통계 시스템이 있다.
2017년부터 중앙일보는 JA(Joongang Analytics)이라는 디지털 통합 시스템을 도입했다. JA에 들어가서 각 기사나 기자 이름을 검색하면 얼마나 많이 읽혔는지, 독자가 어느 플랫폼을 통해 들어왔는지, 얼마나 집중해서 오래 읽었는지 등이 통계로 나온다.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지만 보안 사항이라 공유가 어렵다) 이 수치는 기자 개인과 각 부서의 평가 근거가 되기도 한다.
초반에는 기자들의 반발이 엄청났다. 기사에 대한 평가에서 정성적인 품질을 빼놓고 '숫자 타령'이나 하고 앉아 있다고 경영진을 욕했다. 실제로 JA 시스템 초기에는 그런 현상이 있었다. 경영진은 하루 종일 오늘 많이 읽힌 기사가 무엇인지 숫자만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다보니 기자들은 점점 선정적이고, 낚시성 기사를 쏟아냈다. 중앙일보의 품질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문자 통계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 경영진도 클릭 수에 연연하는 경향이 줄었다. 통계 시스템 개발자들은 기자들의 항의를 반영해 정성적인 요소들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을 개발했다. 기자들은 매번 자신의 기사가 어디에서 어떻게 읽혔고, 소구된 장점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면서 그 피드백을 다음 기사에 녹여냈다. 기자들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방문자 예측을 이제 통계 시스템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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