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수사하고 '빈손' 결론 낸 검사가 한 말

29. [쓰다] - 강자에겐 가장 아프게 써라

by 송승환

2016년 12월 27일 서울중앙지검 회의실에서 윤갑근 검찰 특별수사팀장은 수사팀 해체를 선언했다. 특별수사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꾸려져서 검사 11명이 126일 동안 수사했다.


이날 발표한 수사 성과는 한 마디로 '빈손'이었다. 윤 팀장은 "지금까지 철저히, 열심히 수사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추가로 발생했다"며 변명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실패한 수사라는 것은 명백했다. 우 전 수석이 조사를 받은 날 팔짱을 낀 채 창밖을 보며 웃는 모습이 찍힌 사진 한 장으로 이 수사를 모두 요약할 수 있었다. 윤 팀장은 이 사진에 대해서 "저녁을 먹지 않고 오후 9시까지 조사가 진행돼 내가 10분 쉬었다 하라고 메모를 넣은 뒤 찍힌 사진"이라고 해명했다.


우병우 조선일보.jpg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실에서 팔짱을 끼고 창밖을 바라봤던 이 때 수사팀장이 윤갑근 검사장이다. [사진 조선일보]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서 여러 기자들이 수사 성과에 대해 물을 때, 126일 전 윤 팀장이 처음 특별수사팀을 꾸리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구고검장이었던 그는 서울에 올라와서 "검사답게 신속하고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인용해 '검사답게 수사하기로 했는데 빈손인 지금은 어떤 심경인가'를 물었다. 윤 팀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의혹을 해소해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 송구스럽고 민망하다." 변명을 이어가던 그였지만 '검사답게' 대답해달라는 질문에까지 변명을 하기엔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던 듯하다. 이 사과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제대로 수사해주길 기대했던 국민들에 대한 사과였다.


이날 여러 언론사들은 수사 결과가 빈손이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썼다. 하지만 나는 윤 팀장의 사과를 앞세워서 썼다. 그가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한 것보다, 검사로서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민망함"이 더 뼈아픈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갑근22.png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아래 도서 정보를 참고해 주세요.


<네이버 책>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