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 고인물 속에서 괴물이 된 기자들

30. [생각하다] - 출입처 저널리즘

by 송승환

최근 언론의 적폐 문화로 비판 받는 지점 중 하나가 출입처 제도다. 정치권에서 검찰과 언론의 유착을 지적할 때 "법조 출입기자단이 검찰을 편들고 검찰의 말만 받아쓰는 기사를 쓰고 있다"고 자주 비판을 했다. 이 때문인지 많은 시민들이 출입기자단이란 존재를 들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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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처라는 말은 경찰 조직에서 사용하는 말이 언론계로 넘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경찰이 자신의 담당 구역으로 자주 다니는 곳을 출입처라고 부르는데 기자들이 그 말을 가져다 썼다는 것이다.


기자들에게 출입처는 각자 취재를 담당하는 구역이다. 쉽게 말해 매일 출근하는 곳이기도 하다. 언론사는 각 부서가 담당하는 취재 분야에 맡게 출입처를 짠다. 사건팀은 각 지역 별로, 예를 들어 서울은 강남·마포·영등포·관악·종로·중부·북부 등으로 나누고, 그 지역 안에 있는 경찰서, 소방서, 기타 기관들을 담당하도록 한다. 정치부에선 청와대, 국회 등으로 나누고, 국회 안에선 다시 여당과 야당으로 나뉜다. 문화부 등에선 음악, 미술, 대중문화 등 분야별로 출입처를 분류하기도 한다.


기자들은 매일 자신이 담당하는 출입처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수집해서 발제한다. 이렇게 발제된 뉴스가 매일 아침 언론사의 편집회의 테이블에 모이도록 만들어진 것이 출입처 제도다.


사회 전반의 뉴스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게 출입처 제도의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최근엔 이 출입처가 고인물을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특정 출입처를 오래 드나들다 보면 이 출입처 직원들과 생각이 비슷해지기 쉽다. 예를 들어 검찰에 출입하면서 검사들과 수시로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다 보면 영리하고 논리적인 검사들의 논리에 점점 스며들게 된다. 문제는 이 논리가 시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그들이 속한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논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을 출입하다 보면 '명예 검사'와 같은 기자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검사보다 더 검찰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는 글을 쓰는 기자들이다. 이들은 검찰 출입을 오래 하면서 자신이 마치 검사인 것처럼 생각이 동화됐다. 적당히 멀고, 적당히 가까워야 하는 거리두기에 실패한 괴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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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처 직원과 동화되지 않고도 고인물이 되는 방법이 있다. 출입기자단 그 자체가 권력이 되는 경우다. 세종특별시에 있는 중앙 행정부처 출입기자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시민 모두가 알아야 할 정보를 통제하는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


중앙 부처가 발표하는 주요 정책 내용을 매년 관행적으로 열흘 이상 보도유예(엠바고)를 걸어놓고 통제하는 출입기자단도 있다. 엠바고는 보도를 잠시 미루는 것이 시민의 이익을 위해서 불가피 하게 필요할 때 예외적으로 출입기자단의 동의를 구해 사용해야 한다. 시민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엠바고를 출입기자단은 당연하게도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보도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서, 어떤 날은 뉴스거리가 넘쳐서, 지나친 경쟁이 있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시민이 당장 알아야 할 정보가 출입기자단의 손에 의해 늦춰지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이유는 출입기자단의 가입, 탈퇴, 징계를 출입기자단이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출입기자단의 구성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이를 악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이나 엠바고를 지키지 않는 언론사는 가입을 받아주지 않거나 징계, 탈퇴 조치시키고 있다. 공공의 정보를 권력으로 휘두르면서 악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언론사가 이런 관행에 문제를 느끼고 있지만 중요한 정보가 나오는 출입기자단에서 혼자만 빠질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하고 있다.


일부 출입기자단은 공공기관이 시민과 SNS를 통해 직접 소통하는 것도 반대한다. 어떤 기관이 주요 정책 결정 사항을 출입기자단과 상의 없이 시민들에게 직접 알리면 출입기자단의 간사가 기관의 대변인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를 하는 식이다. 민간 출입처에선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출입기자단의 영향력이 약해졌지만 공공기관 만큼은 아직도 이 카르텔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


개방형 브리핑.jpg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21년 2월 25일부터 '개방형 브리핑'을 시행하기로 했다. 출입기자단만 참석하는 폐쇄적 브리핑 대신 비출입 언론사와 인플루언서 등도 참여가 가능하다.


출입처 제도 그 자체가 언론계에 적폐 문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출입처에서 거리두기에 실패해서 취재원과 동화되는 기자, 스스로가 권력이 돼서 출입기자단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기자가 문제인 것이다.


출입기자단의 작동 방식과 관행이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이를 해결하려는 처방도 잘못 나오기 일쑤다. 출입기자단이 아직도 그 관행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내부가 불투명하게 운영되기 때문이다. 출입처와 출입기자단의 관행을 개혁하려면 처벌이나 규제를 하기보다 그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투명하게 시민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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