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찾다] - 내가 궁금한 것부터 쓰자
2017년 중앙일보 사회부 이슈팀에 있을 때 솔직히 일보다 더 집중해서 한 게 있었다. 비트코인 투자였다. 큰돈을 벌지는 못하고 소심하게 투자해서 용돈 정도를 벌었다. 운 좋게 폭락하기 전에 그만 둬서 손해는 안 봤다.
2018년 초가 되자 어김없이 연말 정산 기간이 돌아왔다. '비트코인으로 번 돈도 소득으로 신고해야 하나?'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명확하게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모르면 물어봐야 하는 게 기자의 생활 습관. 국세청에 전화해 물어봤다. (※아래 문답은 2018년에 한 내용이다.)
Q. 비트코인을 사고팔아서 돈을 벌었다.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나?
"아직은 할 필요 없다. 과세 대상인지 아닌지 법령에 정해지지 않았다."
(※소득세법이 개정돼 2022년 1월 1일부터는 암호화폐로 연 250만원을 넘게 벌면 250만원을 초과한 수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야한다. 250만원 이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Q.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재화인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인가?
"맞다. 비트코인 성격이 정해져야 과세 대상인지도 정할 수 있다"
(※정부는 2021년 3월부터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했다. 가상자산의 정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이다.)
Q. 신고하지 않아도 탈세자가 되는 건 아닌가?
"아직은 아니다."
Q. 나중에 법령이 만들어져서 암호화폐에 세금을 물리면 그동안 번 돈에 대해 소급해서 세금을 내야할 가능성은 없나?
"소급해서 과세하는 법령은 극히 드물다. 일반적인 경우 없다고 봐도 된다. 걱정 안 해도 된다."
궁금증이 해소가 됐다. 이 질문과 대답을 기사에 그대로 담았다. 모두들 궁금했던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가 되고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언론사의 사건팀에선 무엇이든 발제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 알아야 하는 것이라면 모두 기사거리이다. 사건팀에서 발제를 할 때 여러 기준 중 하나는 '내가 궁금한 것부터 쓰기'였다.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을 발제하는 것은 어렵지만, 요즘 사람들이 관심 갖는 주제 중 궁금한 부분을 찾아서 해결하기만 해도 기사가 된다.
새로 나온 서비스를 직접 먼저 써보는 것도 좋은 발제 방법이다. 2019년 전통적인 택시업계와 카카오, 타다 등 플랫폼 이동수단 기업의 영역 싸움이 큰 화제였다. 이 가운데 택시업계와 카카오가 손을 잡고 만든 서비스가 '웨이고 블루'였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주변에 있는 웨이고 블루 택시가 자동으로 배차되는 방식인데, 승차거부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홍보됐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니 초기 운행 택시 수가 서울에 200대 뿐이었다. 턱 없이 부족한 수다. 게다가 웨이고 택시의 운전기사는 승객 수와 상관없이 일정 시간만 일하면 정해진 월급을 받는다. 사납금을 폐지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같은 월급을 받는다면 늦은 밤이나 새벽에 나올 이유가 없다.
'그럼 늦은 밤 웨이고 블루를 불러도 소용이 없겠네?' 금요일 밤 12시 30분 서울 종로구청 앞 사거리에 나갔다. 예상은 딱 맞았다. 웨이고 블루 호출 버튼을 누르자마자 '호출 가능한 택시가 없다'는 알림이 떴다. 30분 넘게 웨이고 블루를 불러도 소용없는 장면을 찍어서 기사로 내보냈다. 기사가 나간 뒤 웨이고 블루 운영사는 연말까지 차량 수를 3000대까지 늘리고, 손님이 많이 몰리는 지역과 시간대에 차량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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