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는 '사람 장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취재에서 정보원의 비중이 결정적이란 것을 뜻하는 말이다. 언론학자들은 "뉴스는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했었고 발생할 것이라고 그 누군가가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뉴스를 정보원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정보원은 깊고 어두운 비밀이다. 선배, 부장, 편집국장에게도 자신의 정보원이 누구인지 쉽게 밝히지 않는다. 기자는 정보원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의존한다. 정보원은 주로 공무원과 사회의 핵심 기관 관계자, 그 주변의 전문가들이다.
정보원이 사실상 기자의 역할을 대신하고, 기자는 편집자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뉴스의 생산은 정보원이 하고 기자는 들은 내용을 가지고 요리만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많은 뉴스가 정보원의 입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정보원과 기자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저널리즘에서 매우 중요하다.
영화 <1987>의 한 장면. 최환 검사(하정우 역)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알리는 정보원 역할을 한다.
정보원은 정확한 정보를 준다는 것이 확인된 인물이어야 한다. 이는 보통 출입처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확인된 정보를 알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말할 권한이 있다. 직급이 낮은 정보원은 자신이 중요한 뉴스를 알고 있어도 말해도 되는지 판단이 안 서서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층부에 있는 인물은 어느 정도까지 말을 해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모든 기자는 이런 정보원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
정보원은 왜 입을 열까. 대부분 자신 또는 자신의 조직에 유리하기 위해서다. 검찰이 정보를 흘리는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하는 이유는 수사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다. 이만큼 수사가 잘 되고 있고 범죄 피의자의 혐의가 질이 나쁘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서 숨어있는 증인들이 더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밝혀낸 정부의 비리를 정치부 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배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개인적인 공명심 때문에 입을 열기도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자랑을 해야만 속이 풀리는 유형도 있다. 이런 취재원은 나에게만 알려주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흘리고 다닐 가능성이 높다.
특정 기자와의 유대 관계 때문에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아직도 사회 많은 영역에서 고향 후배, 학교 후배 등을 이유로 정보를 챙겨주는 정보원이 있다.
정보원이 아무 기자에게나 정보를 흘리는 건 아니다. 부장검사가 새파란 수습기자에게 정보를 주지 않는 건 자기가 가진 정보를 충분히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봐서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가 정보원에게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자와 정보원의 힘겨루기 끝에 균형이 맞으면 정보의 교환이 일어난다. 부장검사는 자신의 말을 신문 1면에 써줄 기자를 찾고 기자는 1면 기사거리를 말해줄 정보원을 찾는다.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이런 힘겨루기에서 보통은 정보원이 우위에 있다. 정보원이 대부분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끌려다니 게 되면 소위 언론 플레이의 도구로만 쓰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부 정보원은 기자가 힘이 더 세다고 우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정보원은 기사거리를 알려줄 권한이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요리해서 쓸지는 온전히 기자의 몫이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보도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자기 자랑을 할 때 과거에 어떤 고위층의 정보원과 친해져서 특종 보도를 했던 경험을 말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집 앞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기도 하고, 편지나 문자 메시지를 여러 통 보내기도 하고, 술을 진탕 마시는 등 온갖 경험담이 나온다. 기자들이 이렇게 기회만 되면 정보원과 관련한 자신의 영웅담을 풀어내려 하는 것은 그만큼 취재에서 정보원이 중요하고 정보원을 얻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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