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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환 Jul 03. 2021

한 번은 사건, 두 번은 반복, 세 번은 유행

35. [찾다] - 사소한 제보도 꿰어놓으면 기사가 된다

기자 생활을 하다보면 주변 사람들이 제보하겠다고 먼저 연락이 올 때가 있다. 제보는 언제나 고맙지만 듣고 보면 100개 중 99개는 기사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 개인적인 고충이나 민원이기 때문이다. 성심성의껏 들어주고서 (기자의 월급에는 이런 민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일도 포함돼 있다고 믿고 있다) "사연은 너무 안타까운데 그건 기사는 안 될 거 같아"라고 말한다. 때론 경찰서나 구청에 신고하는 등의 해결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면 대부분 "그렇지? 너무 개인적인 일이지?"라면서 "그래도 들어줘서 고맙다"고 단념을 한다.     


하지만 가끔 "이런 게 기사거리가 안 되면 뭐가 되느냐"며 "열정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따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땐 수습 때 선배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준다. "기사가 되려면 셋 중 하나여야 해요. 사람이 크거나, 사건이 크거나, 금액이 크거나."     


대개 기사는 이 셋 중의 하나다. 사람이 크다는 건 사소한 일이라도 대통령, 연예인 등 유명인이 엮인 경우. 사건이 크다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금액이 큰 건 범죄 등에서 액수가 천문학적인 경우.     


이 정도로 설명해주면 대부분 납득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사소하고 개인적인 사건이라도 반복된다면 기사가 될 수 있다.     


JTBC 제보 게시판에 자주 올라오는 내용 중 하나가 음식물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것이다. 요즘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기도 쉽기 때문에 생생한 '그림'도 함께 올라온다.      


한 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된 이물질 신고는 3000건이 넘는다. 벌레가 약 900건으로 가장 많고, 금속, 플라스틱, 유리 등도 600건이 넘는다. 신고하지 않고 넘어간 식품 이물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식품 이물질은 정말 흔하게 우리 주변에서 겪고 있는 불편인 것이다.     



더 화가 나는 건 식품회사에서 쉽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자기네 생산 공정상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이물질이라고 한다. 절대 들어갈 수 없다면 쥐머리나 면장갑은 어떻게 들어갔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쥐머리나 면장갑 정도 되지 않으면 기사가 안 된다. 그래서 이런 사례들을 모아서 엮어보기로 했다. 일일이 제보자들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과 이후 대처를 들었다. 반복되는 패턴이 있었다. 매뉴얼처럼 정해진 식품업체의 대응이었다.     



처음엔 부정한다. 그럴 리 없다는 거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보라고 한다. 이물질이 확인되면 회수하려 한다. 직접 조사해 볼 테니 일단 이물질을 내놓으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제품으로 보상하려 한다. 같은 제품을 한 상자 드릴 테니 신고하지 말라는 식이다.     


개별 사건으로는 기사가 되기 어려웠지만, 엮어놓고 보니 반복되는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고 기사가 될 수 있었다. 작은 구슬들을 꿰었더니 보배가 된 것이다. 한 번은 사건, 두 번은 반복, 세 번은 유행이란 말이 있다. 비슷한 사례가 3번 반복되는 것을 발견했다면 그것이 곧 기사가 될 수 있단 뜻이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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