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승환 Jul 11. 2021

뉴스 댓글이 기자의 멘탈에 미치는 영향

36. [생각하다] - 기자와 뉴스 이용자의 관계

가끔 내가 쓴 기사의 댓글을 읽다가 흠칫 놀랄 때가 있다. 기자의 실명을 호명하면서 비판하거나 가족의 욕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이메일로 장문의 욕설을 적어 주는 독자도 있다. 기자들이 과연 이런 댓글이나 이메일에 영향을 받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향을 받는다.     


포털 뉴스에서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은 이용자 중 아주 일부라서 시민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작성한 내용 중엔 뼈아픈 지적들이 꽤 많다. 꼭 내용을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적어야만, 맞춤법이 맞아야만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욕설이 섞인 말 중에도 기사의 약점을 꿰뚫고 있는 말이 있을 때가 있다. 수고스럽게 이메일까지 보내준 경우엔 욕도 고마울 때가 있다.     



초년병 시절엔 이런 욕설을 보면 위축될 때도 있었다. 3년차에 정치부를 출입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특정 정당 지지자들의 욕설 이메일이 두려워서 그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쓸 때 소심하게 글을 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기자의 월급에 뉴스 이용자로부터 욕먹는 값도 포함돼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댓글 중엔 욕이나 비난만 있는 게 아니다. 뉴스 이용자의 반응이나 이해 당사자의 항의에서 추가 발제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이걸 더 알아봐라, 여기가 아니라 다른 부분을 더 파고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가르쳐 주는 경우다.

 

과거엔 이들을 뉴스 수용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수용자는 이들이 기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는 시선이 포함돼 있는 말이다. 이 때문에 요즘엔 뉴스 이용자 또는 뉴스 소비자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뉴스 이용자와 기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기사가 더 발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 대표적인 매스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 피하주사이론, 마법의 탄환 이론 등이 있다. 수용자를 미디어가 주입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목표물로 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과거에 기자들은 뉴스 이용자의 대다수인 시민보다는 출입처의 정보원이나 동료 기자들에게 인정받는 기사를 쓰고자 했다. 시민들이 얼마나 읽고, 어떤 반응을 하는지 직접 확인할 방법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스 댓글이 (전부는 아니지만) 생긴 뒤론 점점 기사의 방향과 소재가 시민을 향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엔 시민이 뉴스의 이용자나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뉴스 생산의 적극적인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태풍, 홍수, 산불 등 취재를 할 때 방송 뉴스에서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전국의 시청자들이 찍어서 보내 준 제보 영상이다. 과거와 달리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영상을 찍고 보낼 수 있어서 전국 곳곳의 상황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저널리즘이 시민에게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가장 멀리까지 보고 듣는 눈과 귀가 시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런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아래 도서 정보를 참고해 주세요. 


<네이버 책>

<교보문고>


매거진의 이전글 한 번은 사건, 두 번은 반복, 세 번은 유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