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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환 Jul 12. 2021

"자료를 못 준다고?" 직접 전수조사를 하면 되지

37. [찾다] 기자의 질문할 수 있는 권한

2019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힘 줘서 도입한 사업이 '제로페이'다. 소상공인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서울시가 공공 결제 플랫폼을 새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제로페이를 준비하는 중에 정부가 먼저 카드 수수료를 낮춰버렸다. 이제 웬만한 소상공인은 낮아진 카드 수수료에 세금 혜택까지 받으면 사실상 수수료 부담이 없어졌다. 예산을 들여서 개발한 제로페이가 쓸모없어진 것이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제로페이가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민간에서 만든 간편결제 서비스가 잘 나갈 때 제로페이는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관에서 만든 서비스가 대개 그렇듯 사용법이 불편하고 결제에 시간이 더 걸렸기 때문이었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세금을 들여서 온갖 할인 혜택을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서울시가 재난지원금을 제로페이로 제공하고 할인 혜택을 늘리면서 이용률이 급상승했다.)



세금 먹는 하마가 된 제로페이의 실제 이용률을 지적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관련 자료를 절대 줄 수 없다고 했다. '세금 들여서 하는 사업의 운영 내역을 시민들에게 공개 못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봤지만 소용없었다.     


근거가 될 데이터 없이 비판 기사를 쓸 순 없었다. 궁리 끝에 일정 구역을 정해서 전수조사를 해버리기로 했다. 구역은 서울시에 유리한 서울시청 앞 지하상가다. 이곳은 서울시가 시범 사업 대상으로 지정해 제로페이의 설치를 유도하고, 시청 직원들이 찾아와 제로페이를 자주 이용하는 곳이었다. 전국 어디에서 하는 것보다 가장 서울시에 유리한 곳이었다.     


전수조사 결과는 처참했다. 전체 매장 39곳 중에서 제로페이에 가입조차 안 한 가게가 절반이 넘었다. 가입한 점포 중에서도 3곳을 빼곤 단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번거로워서 치워버린 곳도 있었다. 이런 목소리를 생생하게 살려서 방송에 내보냈다.     



이렇게 직접 전수조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자라서 여기저기 묻고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에서 자료를 주지 않거나 아직 만들어놓은 자료가 없을 때는 직접 조사하는 게 더 빠를 때가 있다. 그리고 자료를 받아서 쓸 때보다 발로 뛰어서 알아낼 때 더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2019년 관심 있게 취재한 업계 중 하나가 전동 킥보드 대여 사업이었다. 이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동시에 교통사고나 화재사고 등도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영업하던 대여 업체들 대부분이 KC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채 사업을 하고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에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들의 KC안전인증 현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하지만 모두 신생 업체들이라 아직 그런 자료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대여 업체들을 직접 모두 확인하기로 했다. 업체들이 사용하는 킥보드 모델을 알아내서 KC안전인증을 받았는지 여부를 일일이 대조해봤다. 그 결과로 <전동킥보드 '안전 사각지대'…KC 인증 없이 '불법 영업'> 기사를 내보냈는데, 기사가 나간 뒤 산업부는 업체들에 대한 조사와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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