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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Oct 12. 2021

[도서] 죽은 자의 집 청소


우리는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 사람의 죽음을 자주 마주한다.

사람이 죽은 자리에는 혈흔과 같이 무언가 흔적이 남는다는 것은 인지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항상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 대해서 상상을 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쩌면 상상해봐야 기분이 좋지 않은 것들임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그런 사람들의 무관심을 지적하듯, 대놓고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대부분 이 책을 접한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사람이 죽은 이후 남겨진 것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한다는 소재가 매우 신선하고 낯설게 다가왔다.


책은 저자가 의뢰를 받아 여러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과정과 그곳에서 느낀 것들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죽은 사람이 남기는 것에 대해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는데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굳이 상상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며칠 동안 계속 그 잔상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책을 읽으며 일반적인 담력과 용기로는 이런 일들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그런데도 저자는 너무나 담담하게,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할 뿐이라는 태도로 묵묵히 고된 일들을 해낸다. 도대체 어떤 마음인 걸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 일에 임하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됐다.


그의 쓰레기를 대신해서 치우는 것 같지만 사실을 내 삶에 산적한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다.


저자에게는 이 일이 단순히 누군가의 집을 치우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누군가의 삶과 그 사람이 남긴 것들, 그것들을 치우는 행위를 통해 세상과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삶을 돌아보고 있었다.


어떤 날은 죽은 이의 우편함에 꽂힌 채 아래를 향해 구부러진 고지서와 청구서마저 가난에 등이 휜 것처럼 보인다.


죽음에는 성별, 나이, 재력 등에 순서가 없지만, 그가 의뢰를 받은 곳 중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이 많았다. 전기, 가스 요금을 내지 못해 문 앞에 공급 중단 스티커가 붙어 있고, 각종 고지서들이 우편함에 가득 쌓여있는 집들. 저자는 단 한 줄의 표현을 통해 그곳이 어떤 모습인지, 그 순간의 공기마저 표현해냈다.


여러 일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저자에게 집 청소에 대한 문의를 하고, 얼마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의뢰 전화를 해놓고도 저자의 물음에 명확하게 답변을 못하던 그는, 자신이 죽은 이후 이를 처리해야 할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저자에게 문의를 했던 것 같다. 죽음을 각오하고, 그 뒤를 처리하는 일까지 생각하며 전화를 건 사람의 심정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전화를 받았던 저자 또한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얼마나 마음이 저릿했을까.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이 동요했던 부분이었다. 한편으로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특수 청소는 일 자체의 고됨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휩쓸릴 수 있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라는 것을 떠올릴 때면 항상 멋지고, 빛나 보이는 일들만 동경해왔던 것 같다. 돈도 많이 벌고, 남들보다 더 많이 알고, 내가 돋보이는 그런 직업들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중요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화려하고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빛나는 직업은 아니지만,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것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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