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소감이랄까
얼마 전 결혼을 했다.
난 이상하게도 어릴 때부터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다. 오죽하면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시점, 회사 동료분들에게 28살쯤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종종 흘리곤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23살에 갓 입사한 꼬맹이가 그런 말을 했으니 아직 어리구나, 세상 물정 모르는구나 생각하셨으려나.
우리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이혼을 하셨고, 그 이후로도 가정에 위기가 많았다. 그런데도 난 왜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을까?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정의 모습을 꿈꿨던 걸까? 연애를 많이 해본 것도, 아이를 많이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겠다는 꿈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해답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다만 그저 이런저런 이유들을 찾아가며 추측할 뿐이다.
막상 28살이 되었을 때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어른이 되어 있지도, 결혼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았다. 취업을 일찍 해 6년 차 직장인이었지만 아직도 20대 후반의 사회초년생 같은 느낌이었다. 사회 속에서의 나의 모습은 어른들 틈에 끼어있는 어린아이 같았다. 물론 내가 일하는 환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아직 그랬다. 그때쯤 먼저 결혼을 선언한 친구를 보면서 축하해 주기보다는 어떻게 결혼을 준비하고 결심하게 됐는지부터 물어봤으니 말이다.
그렇게 결혼은 언제쯤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마음 한편에 품은 채,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고 있었다. 사실 오랫동안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었기에 언제 결혼을 준비해도 이상하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 집 마련이나 결혼식 비용 등을 생각하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회사의 이사가 나의 결혼을 앞 당기게 될 줄이야.
꽤 머나먼 이사를 해야 했기에 혼자 살고 있던 집도 옮겨야 했고, 그럼 전세 계약으로 최소 2년은 묶일 텐데.. 어떤 집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지금처럼 조그만 집에서 돈을 더 모으면서 시간을 벌 것인가, 아님 결혼을 염두에 두고 아파트에 들어갈 것인가. 고민 끝에 아파트를 선택했고 먼저 양쪽 집을 합치기로 했다. 집을 합치게 되니 자연스럽게 양가 어른들께 인사도 드리고, 결혼식을 알아보고 진행함에 더 속도가 붙었다. 사실 올해 연말쯤 결혼을 생각했지만, 준비를 하다 보니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취소표를 저렴하게 잡아 속전속결로 결혼식을 준비하게 됐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준비를 했냐고 놀라지만 사실 별 거 없다. 결혼식에 로망이 없다면. 난 꼭 입고 싶은 드레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떤 식장이나 어떤 콘셉트로 사진을 찍고 싶은지도 딱히 정해둔 것이 없었다. (사실 결혼식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다만 사회적으로 아직까지는 해야 하는 의식이나 문화 같은 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가성비를 따지며 결혼식을 준비했다. 결과적으로는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됐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하려고 했었는데, 되려 결혼을 준비하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니, 참 묘한 기분이었다. 모든 것을 나의 의지로 선택해야 하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웨딩업계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이 그 누구도 섣불리 '추천'을 해주지 않는다는 거다. 막연히 그들이 전문가들이니까 더 어울리는 옷이나 화장, 머리스타일을 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모든 결정은 내가 해야만 했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다. 그 순간들이 귀찮고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결혼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결혼식을 준비하고, 두 집안이 만나 교류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이 모든 과정들이 '결혼'이라는 명목 하에 한꺼번에 이루어지다 보니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이제 진짜 독립적인 주체로서 살아가게 되는구나. 그런 마음.
결혼식에서는 모든 이목이 신랑, 신부에게 집중되다 보니 막연히 결혼식장에서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 떨리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그런 감정을 넘어서 가장 하기 싫은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식장에서는 별로 떨리지도, 혼란스럽지도 않았다. 그저 나의 삶의 한 순간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평온했다. 그때도 내가 진짜 어른이 된 걸까? 싶은 생각이 잠깐 스쳤다. 모든 결론이 어른으로 귀결돼서 좀 그렇지만, 그 단어만큼 달라진 내 모습을 표현하기 쉬운 게 없다. 결혼이라는 순간마저도 담담하게 만들어버리는 마법 같은 그런 것.
아이가 있으신 분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진짜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결혼과는 또 다른 차원의 스텝을 넘는 것과 같단다. 아직 겪어보지 못했지만 그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둘이서도 살아나가기 벅찬 이 세상을 또 다른 연약한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야 하니 그럴만하다. 그런 순간을 나도 겪게 될까?라는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지만, 일단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기혼자로서(?) 살아가 볼 생각이다. 조금 늦었지만 23살의 내가 꿈꿨던 결혼 생활을 그려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