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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Mar 24. 2020

삶이란 무엇일까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느낀 삶의 의미

얼마 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막을 내렸다.

오랜만에 재밌는 드라마였는데... 벌써 끝나다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 드라마가 재밌게 느껴졌던 이유는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뚜렷한 성격, 가치관 때문이었다. 하루하루 현실에 타협하며 살고 있다는 찝찝한 기분을 조금은 덜어주는 드라마.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판타지 같지만 어쩌면 나도 그들처럼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희망을 심어주는 드라마. 내게는 그런 이유에서였다.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이 보여준 삶은 실제 현실에서는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드라마 내에서는 한없이 멋져 보였다. 자존감 충만하고, 목표를 이루겠다는 신념 하나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강단 있게 결정을 내리는 모습. 나에게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현실에서 저런 단단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부러웠다.


마지막 회에서 새로이와 이서가 대화를 나누는 회상 장면이 있었다.


"가끔 그런 생각해요. 살아서 뭐하나.. 인생이란 게 그렇잖아요 뻔하고..."

"뭔 소리야?"

"언젠간 늙어 죽는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에휴...차라리 안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귀찮아.."

"그렇게 귀찮으면... 죽어."

"네?"

"헛똑똑이네.. 자기가 무슨 신이라도 된 마냥.."

" ... "

"난 항상 일이 끝나면 이 거리를 달려. 내일도 일어나면 가게 문을 열고 오늘이랑 똑같이 일을 하겠지.

계획대로... 반복적인 일상 같지만, 사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진 아무도 몰라. 대뜸 시비를 걸던 승권이는 지금 단밤에서 홀을 봐주고 있고, 가게 영업정지시킨 니가 지금 우리 가게 매니저야. 뻔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어.

지금껏 힘든 날도 슬픈 날도 많았지만, 살다 보면 가끔 그렇게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곤 해. 니가 온 이후로 더 그러네.. 가슴 뛰는 하루 하루야. 혹시 알아? 살다 보면 니 그 지겨운 일상에도 가슴 뛰는 일들이 생길지. "


나도 가끔 이서와 같은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결국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그게 왜 이렇게 힘들까. 사는 게 뭘까. 다 귀찮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을 하는 일이, 일 때문에,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일이, 마스크를 또 어디서 사야 하나 고민하는 일이 전부 하찮은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지금은 '나'라는 사람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넘어지고, 깨지고, 울다가도, 가끔은 웃고, 행복해하면서. 새로이의 말처럼 우리는 늘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매일매일은 똑같지 않다.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지겨운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하루가 될 것이다.


사실 이것 또한 다 아는 이야기인데도, 새로이가 던져주니 또 새롭게 다가왔다. 이런게 드라마의 힘일까 ㅎ

그래서 앞으로는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해야지~ 라는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다. 작심삼일이라는 걸 아니까. 그냥 살다가 가끔씩,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새로이가, 이 드라마가 내게 던진 메시지들은 그 날의 바닥난 연료통의 연료가 되어 줄 것이고, 나는 그것을 채워 삶의 시동을 다시 걸 것이다. 이 지겹고도 긴 삶을 나아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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