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 Nov 01. 2019

누가 자존감 좀 주세요

'나'를 잘 안다는 건 좋은 걸까?

예전에는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못하는지. 어떻게 자라왔고, 평소 무슨 생각을 하며,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


그것이 주는 이점이 분명 있다.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해야 할 때,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나는 이런 걸 좋아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생각이 잘못 적용되었을 때, '나는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한다'는 무의식적인 합리화를 심어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내가 내린 선택이나 결정이 잘못되었더라도, '이게 나니까'라고 합리화해버리는 거다.


요즘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를 잘 아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처음부터 모든 실수 없이 잘하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당연한데도 내가 생각하는 나의 부족한 점들을 다 끄집어내서 문제의 원인으로 만들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이 이런 결과를 낳았구나, 내가 이렇지만 않았어도...


멍청한 생각이라는 걸 안다. 더 잘 해내리라 다짐하며 열정을 불태워도 모자랄 판에, 지난 일에 대해 내 탓만 하고 있으니 더 잘될 리가 없다. 그럼에도 한 번 시작한 자책은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에게 화살을 던지고, 더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이런 성격을 고쳐야 해.', '이런 습관이 문제야.' 라며.


이런 끊임없는 자책은 결국 자존감과 자신감을 떨어 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냐면... 일과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삶의 이유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며,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무기력증이 생긴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요즘 내가 그렇다..!


한편으로는...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런 마음을 숨기고 사는 것은 아닐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에 대한 고민, 사람들과의 관계, 성과, 자기 관리, 노력.... 수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하기에 힘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보니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구나, 싶다. 어떤 일을 하든 쉬운 것은 없으니. 인생의 매 순간이 결정이고, 고난인 걸. 결국은 이걸 어떻게 헤치고 나가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것이다. 그럼 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아직 잘 모르겠다. 부족한 점들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뻔하지만 가장 확실한 답을 알고 있는데도 해내기가 쉽지 않다. 휴, 그래도 어쩌겠어. 내일은 오는데.


끊임없는 생각으로 매일 내 안의 나와 싸우며... 집 나간 자존감을 기다리며 또 그렇게 하루가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