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오사카에서 맞이한 첫 아침. 해외로 와줬으면 관광지는 다 돌아봐야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관광지로 나섰다. 목에는 캐논700D를 메고, 가방에는 전날 산 일회용 필름카메라, 포켓와이파이를 넣고 출발. 아마 출발하기 전에 또 편의점에 들려서 삼각김밥을 하나 사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무려 2년전 여행이라 그 당시 블로그 글을 참고해서 쓰고 있긴 하지만 가물가물한건 마찬가지다. 오늘은 많이 돌아다닐 예정이므로 오사카 1일 승차권 구매. 사진을 캐논으로도 찍고 필름카메라로도 찍고 폰으로도 찍고, 남는건 사진이잖아 -
오사카는 아무래도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여서 그런지 한국어로 설명이 잘 되어있었다. 덕분에 길을 잃는다거나 헤매거나 할 일은 없었다. 물론 구글 지도도 한 몫 했다. 그나저나 3월 말이어서 당연히 벚꽃을 기대하고 왔건만. 벚꽃은 커녕, 추운거 실화냐구요. 우리가 챙겨온 캐리어속의 옷들은 죄다 봄옷이었습니다만. 하늘도 구름 한점 없는 하얀색 또는 회색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구름이 몽글몽글 있는 푸른색의 하늘이 좋다. 그래도 비 안오는게 어디야 라며, 자기위로를 실컷했다.
동생이 축구광이어서 가본 유니폼가게는 유니폼에 관심없던 나도 좋았다. 크지 않은 가게와 그 속에 흘러나오는 힙한 음악, 우리가 들어오던 말던 신경도 안쓰던 주인 아저씨.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편하게 구경했다. 사실 이날 입은 옷도 동생 유니폼 빌려 입고 왔는데 딱 좋았지. 솔직히 축구 관심없어도, 유니폼 이쁜거 많은거 인정한다. 혁오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유니폼에 슬랙스 입은거 보고 와. 저렇게도 스타일링 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었고, 그 뒤로 유니폼에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
일본은 지나가는 곳 마다 빵집이 있었다. 빵 냄새는 환상적이었기에, 후각은 물론 시각까지 훔쳐갔다. 평소에 빵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빵 진짜 먹고싶을때 있잖아. 결국 참지 못하고 치즈 타르트 하나 사먹었다. 타르스 속에는 치즈와 꿀로 가득했다.
결국 추위를 참지 못한 동생과 나는 GU로 가서 잠바하나씩 샀더랬지. 옷가게에는 봄옷으로 가득했는데, 일본 날씨는 초겨울과 맞먹었다.
둘다 음식점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걸 좋아하진 않는 편이라 그냥 바로 보이는 사람없는 라멘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 문 앞에 있는 기계에서 라멘과 교자 선택. 미소라멘은 한국에서도 꽤 먹어봤는데 지금껏 먹은 라면과는 맛이 달랐다. 끝이 약간 얼큰하면서 매콤한 맛이 났고 중독되는 맛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잃어버린 맛이지만 저 라면가게가 어딘지 알아낸다면 언젠가는 다시 먹어보고 싶은 맛이다. 그리고 나는 라멘에 들어있는 챠슈랑 반숙계란 사랑한다.
걸어다니다가 발견한 당고집. 짱구가 먹는 걸로만 보다가 실제로 먹어봤다. 만화랑 똑같이 떡이 쫀쫀하고, 간장과 꿀이 섞인 듯한 소스의 맛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후에 친구들이랑 얘기했을 땐 꽤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었지만,
둘다 고소공포증 있으면서 도대체 무슨 깡으로 대관람차를 탈 생각을 했을까 싶다. 생각보다 너무 높잖아. 관람차 안에 있는 스피커랑 연결해서 노래를 들으면서 무서움을 떨쳐내려 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근데 무서운건 무서운거고 사진은 찍어야되잖아. 발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겁먹고 있다가 사진찍을 때만 겨우 포즈잡고 진짜 지금생각해도 웃기다. 이때 발 끝에 피가 다 쏠리는 느낌 처음 느껴봤다. 날이 흐린탓인지 무서운 탓인지 밑에 구경 제대로 하지도 못한채 관람차는 끝나고 있었다.
밤이 아름다운 이유는 불빛들 때문이다. 야경은 사진으로 담을 수가 없다. 위에서 바라본 야경은 한동안 바라만 보게 만들었고, 사진기에는 다 담기지 못했다. 첫 날 산 휴족시간으로 하루종일 고생한 다리에 부착하고, 시원한 맥주 한잔과 두툼하고 폭신한 하얀 이불속에서 듣는 엠뷸런스 소리. 일본에 있는 동안 매일 밤 엠뷸런스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두번째 밤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