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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g Jun 18. 2020

복수는 나의 것

직장생활_3

고말자씨, 가던 길 계속 가세요.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악연이 된 사람들에게 복수를 꿈꾼다. 그들은 나에게 혐오 발언을 한다거나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만든 사람들이다.


내 외모에 대한 평가와 지적질로 상처를 줬던 첫 직장 선배 주복 씨. 당시 20살이었던 나는 얼굴에 약간 회색빛을 띄는 흉터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가지고 있다.) 20살인 나에게 검버섯이 났다며 놀려댔고, 볼살이 통통했던 나의 볼을 사정없이 꼬집어 멍들게 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름이 생기지 않는 방법이라며 나에게 살을 찌우라고도 했다. 그때는 순진했던 때라 그냥 곧이곧대로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지금 다시 만나서 그 얘기를 듣는다면 "너나 잘하세요. 내 얼굴과 피부는 내가 알아서 하니까."라고 말해줄 텐데.


갑질과 꼰대질을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니까 행패를 부리는 말자 씨. 고말자는 지금 내가 다니는 직장 사람이다. 나를 막내 취급하면서 본인의 직급에 대한 보상과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나는 그에게 밥이나 음료를 사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가 사준다고 내게 으스대놓고 나중에 돌아오는 말은 '비싼 것'만 얻어먹는다는 말이었다. 그런 그는 내가 무언가 맛있는 과일을 챙겨주거나 음식을 살 때면 매일 얻어먹어 어떡하냐며 호들갑을 떤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란 말인가. 이제 나는 그에게 절대 무언가 얻어먹고 싶지 않다. 내가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역대급으로 장단 맞추는 게 힘든 사람이다. 그래서 난 고말자씨에게 복수를 꿈꿨다. 저 사람을 열받게 만들거나 배 아프게 만들 방법이 있나 고민했다. 또 저주를 하기도 했다.


'부디 집에 무사히 도착하시되 길에 사고가 나서 꽉꽉 막혀 도착예정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시길.'

'부디 몸은 건강하시되 개똥 앞에서 넘어질 뻔하시길.'

'좋아하는 음식도 많이 많이 드시고 행복해 하시되 부디 살은 많이 많이 찌시길.'


그렇게 저주도 하고 고민도 했지만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고 더 쌓이기만 했다. 나는 계속해서 고민했다. 제일 현명한 복수가 무엇인지. 그러던 와중에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를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 별일 없이 산다 가사>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다리 쭉뻗고 잠들진 못할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이번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거다

그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거다

하지만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좋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그냥



이 가사를 듣는 순간 웃음이 나왔고 어쩌면 이 가사 내가 바라던 최고의 복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말자씨 앞에서 더 즐겁고 행복한 모습만 보이고 더 활짝 웃을 것이다. 사람들과 잘 지내는 모습에 질투하는 걸 아니까 다른 동료들과도 더 친하게 지낼 것이다. 웃으며 즐겁게 지내는 일에 고말자씨가 별로 자극받지 않더라도 나의 직장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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