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클래식에 빠져있어서 유튜브로 클래식을 많이 듣는데 그중 드뷔시, 쇼팽, 차이콥스키를 가장 많이 듣는다. 잔잔하면서도 찬란하고 감정을 휘어잡는 듯하면서도 풀어주는 게 마음이 심란할 땐 이만한 음악이 없다.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제 선물 받은 스피커로 드디어 음악을 재생했다. 선물한 사람의 손때가 묻어있고 정성이 묻어있는 스피커이다. 그는 이 스피커를 나에게 주면서 이걸로 음악을 들으면 내 마음의 우울이 치료될 것이라 했다. 그 사람의 말만으로도 치유받은 느낌이었다. 그는 가끔 얄미워서 때려주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에게 친한 친구이자, 동료이자, 위로자이다. 덕분에 낭만적인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정세랑 소설, 시선으로부터.'를 마저 읽었다. 이 소설에서 인물들은 각자 고유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덕에 모르는 단어가 가끔 나오는데 모르는 단어를 찾아봐야 하기 때문에 읽는 게 더디다. 나는 한국 사람인데 모르는 단어가 이렇게나 많다는 게 가끔 신기하다. 단어가 더 많이 쑥쑥 늘면 좋겠다. 어려운 책도 쑥쑥 읽을 수 있게. 나는 아직 자라나는 나이 많은 어린이다.
정세랑의 문체는 대체적으로 무심한 듯하지만 다정하다. 책을 읽다 보면 의외의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위로받고 있다.
저녁으로 제크 한 봉지를 먹고 우유 한 컵을 마셨다. 식욕이 없기도 했지만 음식을 해야 하는 귀찮음이 제일 컸다. 나는 청소나 빨래같은 집안일 보다 끼니를 위해 음식을 하는 걸 훨씬 귀찮아 한다. 집에 가자마자 청소기를 돌리고 싱크대도 청소하고 냉동실에 유통기한 지난 음식물들을 버렸다. 또 새로 산 침대 시트를 빨고, 건조기로 말려서 침대 시트를 갈아줬다. 전에 쓰던 것보다 매트리스에 걸기도 쉽고 색상도 밝아져서 좋다. 게다가 윗면 방수시트로 사서 매트리스로 무언가 새서 들어갈 일이 적어졌다. 그게 제일 마음에 든다.
클래식을 듣다 보면 순간적으로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 오면 내 마음에도 정적이 흐른다. 그 정적은 나에게 잠시나마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요즘 내 감정은 우울하지만 글과 음악 덕에 우울 안에서 평화를 느끼고 있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다. 아프지만 책에서 위로받고 음악에서 위로받는다. 어불성설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
Debussy - 2 Arabesques: No. 1, Andantino con moto
Chopin - Nocturnes, Op. 9: No. 2 in E-flat major
Satie - Trois Gymnopédies: No. 1, Lent et douloure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