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름의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이름은 남이 지어줘야 하는 거고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 동물들은 가지고 있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 루리 작가의 <긴긴밤>에서 나오는 코뿔소 '노든'은 이름을 가지고 싶어 하는 아기 펭귄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 노든은 코끼리 보호소 출신이라 인간이 지어준 이름이 있다. 이 코뿔소는 초원에서 가정을 꾸린다. 아내가 있고 딸이 있었다. 아내와 딸은 뿔사냥꾼들에게 뿔이 잘리고 죽임을 당한다. 혼자 남겨진 그는 동물원으로 옮겨진다. 그곳에서 같은 코뿔소인 앙가부라는 친구를 만난다. 둘은 동물원 탈출을 꿈꾸지만 앙가부조차 뿔 사냥꾼들에게 살해당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이 일어났고 동물원에 폭탄이 떨어진다. 노든은 허물어진 울타리를 넘어 탈출하던 중 펭귄인 치쿠를 만나고 치쿠가 들고 있던 알을 함께 돌보게 된다. 치쿠는 동성 연인인 윔보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슬퍼하지만 윔보를 위해서라도 알을 바다로 데려가겠다고 한다. 노든은 치쿠와 알의 여정에 함께 하기로 한다. 하지만 치쿠조차 죽게 된다. 좌절할 틈도 없이 알이 부화했다. 그때부터 아기 펭귄과 노든의 긴긴밤이 시작되었다.
노든은 이름을 지어달라는 아기 펭귄에게 이름이 없어도 냄새, 행동, 발걸음만으로도 '네'가 어디 있는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이름의 특별함과 애틋함을 느꼈고, 유명한 시처럼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되는 그런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긍정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인간을 증오하고 복수하고 싶어 하는 노든에게 이름이 저주로 느껴졌던 게 아닐까. 인간이 지어준 이름이 있어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기 펭귄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태초에 인간이 이름을 지었던 이유는 '욕심'이 주된 원인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 재산이 생기니까 표시하기 위해서, 타인이 채가지 못하도록 내 것이라고 명시하기 위해서 이름이 생겼을 거란 추측을 해보았다. (이 부분은 논문을 찾아보면 있을 거 같다. 누군가 이름에 대해 연구했을 거 같은 닉김적인 느낌) 그리고 죽을 때 재산을 저세상에 가져갈 수 없으니까 내 고귀한 유전자를 가진 자손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성(姓)이 생긴 거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인간에게 이름이 없었다면 인간은 지금보다 자유로웠을까, 지금보다 덜 탐욕스러웠을까. 생명에게 연민을 더 크게 느꼈을까. 이런 의문을 가져본다.
이름이 없는 아기 펭귄이, 동물들이 인간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