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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봄

by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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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인듯하다.

겨울이 가는 게 아쉬운 듯 하늘에선 눈을 뿌려댔다. 나는 그 눈을 보며 설렘을 가졌다. 길이 미끄러운 것보다, 발이 질척이는 것을 싫어하는 일보다 아직은 설렘이 더 크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마음이 난분분해진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한낮의 시간이 바뀌는 것만큼 계절을 절감하는 방법도 없다. 이쯤 되니 작년 봄부터 여름까지 쉬지 않고 달렸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때의 나는 누구보다 여유로운 척했지만 숨 쉬는 게 벅찰 만큼 헐떡이고 있었다. 천천히 해도 되는 일들을 몰아붙여 실행했다. 부딪치기만 한 결과 마음에 상처만 남았다. 남는 게 뭐가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면 반성과 후회랄까. 반성과 후회를 하면 인생의 교훈이 생긴다던데 나는 잘 모르겠다. 나에게 배포가 부족했다고 마무리한다. 그래서 이번 봄은 작년보다 편안히 숨 쉬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자연의 섭리를 지켜보는 시간을 여유롭게 가졌으면 한다. 씨앗이 발아하고 싹을 틔우며 보여주는 초록을 내 두 눈으로 보길 원한다. 온 마음으로 춘분을 느꼈으면 한다.



하얀 눈이 땅속으로 녹아들어 사라지는 순간을 지켜본다. 땅속에 파고들어 도움이 필요한 생명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겠지. 나에게는 눈이 녹아없어지는 순간이 아쉽지만 땅속에 그에게는 반가운 기운이겠지. 그렇게 봄이 오는 거겠지.



만개하는 벚꽃을 볼 시기가 길었으면 한다. 지구온난화가 나에게 봄을 앗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미세먼지가 봄을 대신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봄이라는 계절을 미세먼지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다. 통과해야만 할 봄날의 시간이 아득했으면 한다. 벚꽃나무 아래 누워 꽃가루를 옮기는 벌을 보는 일을, 먹이를 찾아 나무를 타고 오르는 개미를 보는 일을 게을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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