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병원 주차장에서 작은 접촉 사고가 있었다. 어떤 차가 내 차를 긁은 것이다. 육안으로는 흠집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경미한 사고였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 차에서 내려 긁힌 부위를 대충 살핀 후 상대 차량으로 다가갔다. 운전석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다. 문을 여셨지만 차에서 내리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셨다. 그래서 그냥 가시라고 했다. 괜찮으니 그냥 가시라고. 할아버지는 "괜찮아요?"라고 물으시더니 문을 닫고 가셨다. 나도 미련 없이 돌아섰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도로 위였는데, 뒤따라오던 차가 제때 속도를 줄이지 못해 내 차를 들이받았다. '퉁' 하는 소리가 났다. 차에서 내려 범퍼를 확인해 보니 큰 손상은 없어 보였다. 사고 차량으로 다가가니 운전자가 창문을 내렸다. 운전석에는 어떤 아저씨가 앉아 있었는데, 사고를 낸 게 민망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지, 혹시 음주 운전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든다.) 차가 크게 망가지지 않은 것 같으니 가시라고 했다. 그는 차에서 내리지도, 어떤 사과의 말도 없이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 버렸다.
이런 일을 이야기할 때면 사람들은 나를 바보 취급 한다. "보험사 불러서 처리하면 되지, 왜 그걸 그냥 가라고 해?" 난 그때마다 생각한다. 이런 행동이 정말 바보 같은 걸까.
나는 그저 '차'는 소모품일 뿐이며, 차가 수리해야 할 만큼 부서지지 않았고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는 점에 의미를 두었을 뿐이다. 게다가 보험사를 부르고 기다리느라 주변 통행을 방해하며 혼잡을 빚고 싶지도 않았다. 또 '내가 베풀면 나의 호의를 받은 사람이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로라도 남을 위해 쓰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늘 나는 내 시간을 길 위에서 허비하고 싶지 않았고, 사람과 시시비비를 가리며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의 정신 건강을 지킨 것이고, 나의 여유를 지킨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보다 나를 더 중요하게 여긴 셈이다. 이렇게 가끔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나를 지키는 행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나는 포장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내 모습을 대면하곤 한다.
지는 게 이기는 것도, 약간의 손해를 보며 사는 것도, 결국엔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