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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많은븐니씨 Apr 03. 2022

미운 사람들을 비워내는 것

<송블리의 개똥철학> ㅣ[휴식특집 2.0]

좋은 도서들을 많이 보면, '용서'에 대한 많은 글들이 있다. 용서의 사전적 의미는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으로 설명된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세상에 나아가면서, 각각의 이해관계와 입장차이에 따라 미워하는 사람들이 제법 생기기도 한 것 같았다. 나에게 불편함을 안기는 어떤 상황에 껴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이 미워지기도 하고, 이유없이 그냥 나와 반목관계에 있었던 어떤 이들도 미워지기도 하고, 내 맘대로 잘 따라주지 않는 세상이 미워지기도 하니 말이다.


이렇게 안 좋은 감정이 들고, 미움이 생겼을 때, 혹은 나의 편안하지 않음이 타인에 의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 때에는 쉽게, '용서'가 바로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용서하기 보다는, 그냥 마음 속으로 한 번 더 미워하게 되는 편이 더 쉽게 느껴지니 말이다. 분명, 심리학 책 속에서나, 좋은 명언의 책들에서나 용서를 하는 것이, 나를 편안하게 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라는 조언을 해주는 것 같은데, 좀처럼 쫌스러운 나는 미운 사람들을 도무지 용서하는 편 보다는, 말 그대로 마음 속에서 한번 더 씹어대는 편이 더 직성이 풀리는 날들이 많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생일에 맞아 문득,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니, 사실은,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혹은 내가 원하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했기에 그들이 미워졌던 것은 아닌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너무 내가 원하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고집하며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나를 용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니, 그동안 미워했던 것은 어쩌면 그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의 관점으로만 보기를 원한 쫌스러운 나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미워하는 대상들에 대한 생각이 파노라마 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미운 사람들을 하나, 둘 비워내기 시작하니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더 낭만적으로 세상을 보자면, 세상에서 미워할 수 있는 대상은 없을 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물론, 현실적인 삶에서는 용서하지 못할, 미워죽겠는 사람들, 내 모습, 세상의 고된 일들을 부지기수로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일단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일차적으로 탓하면서 원망하고 나의 지친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거나, 상황에 전가하면서 미워하는 마음과 생각에 사로잡히는 쫌스러운 내 모습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무언가를 탓하고 용서하지 못할 대상, 상황이라고 여기는 것보다도, 무엇이 이렇게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평안하지 않게 괴롭게 하는지는 거시적 차원에서 살필 줄 아는 삶의 연륜이 생기게 된 것 같다. 이번 케이크는, 아이스크림 케이크였다.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예쁜 사진을 찍기도 전에, 그 모양이 젤리처럼 흘러녹아 내려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지만, 거시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파악하며 일어난 상황에 대한 용서를 진행해보고자 다짐해보곤 한다. 물론, 아래의 좋은 글귀를 참고하면서 말이다.



그대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

그때, 그대는 용서한다는 행복을 알 것이다. 우리에게는 남을 책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 톨스토이-


용서란 무엇일까?

-송블리의 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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