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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은븐니씨 Apr 22. 2022

교복을 벗어도, 학교가 그립다.

<송븐니 나라에 송븐니 곤듀> l [생일달 특집편 1.6]

<송븐니 곤듀의 고등학교 3학년 선생님 :일본어 선생님 l 송븐니 곤듀의 귀여운 조카 정이와 함께 Photo By 븐니찍사>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교복을 입어야 했다. 교복을 입으니, 내 개성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교복을 내 스타일에 맞게 리폼해서 멋을 내면서 지내면 되었으니까 제도에 순응하면서 제법 만족하게 교복 생활을 즐겼다. 곤색 세일러복을 3년, 녹색 교복을 3년 입고 생활을 하던 시절. 학교, 친구들, 공부, 책, 학원 그런 것들이 내 삶의 중심이 되던 시절, 아침 일찍 등교하여 오후가 되어 집에 와서 침대에 누우면 이제 학교는 조금 지겨운데,,?라는 느낌이 들면서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수업시간에 많은 선생님들의 수업을 들으면, 사실은, 그 교과 내용보다도 선생님들이 해주는 추억 이야기나 사회생활의 이야기, 첫사랑이야기,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어떤 중요한 철학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더욱 기억에 남아서 복습을 하다가 보면, 이 시간에 배운 교과 내용의 기억이 통째로 날아가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메마른 땅의 단비 같은, 꿀 맛 같은 즐거움 이기도 했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교복을 벗으면 모든 것을 어른답게, 성인답게, 인생을 비교적 내가 컨트롤하면서 살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느 정도는, 그렇게 어른답게, 계획적으로, 내가 통제하면서 살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인 생의 모든 영역이 내가 바라는 대로 마법처럼 술술 풀리지는 않는다는 것 역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한 선생님의 "지금 교복 입을 너희 때의 모습이 좋을 거야"라는 그 말이, 스쳐 지나가면서 다시, 교복을 입고 학교 교정을 거닐며 그때의 고민 카테고리에 머물고 싶단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다면, 10대에 학교라는 울타리에 벗어나고 싶어 했던 마음이 20대라고 안 들까? 그것도 아니다. 20대에는 20대에 주어진 어떤 것에서 또한, 벗어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알바라는, 회사라는, 시험이라는... 계속적으로 다가오는 어떤 고민과 문제에서 10대에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들과 똑같이 벗어나고 싶어지는 순간이 다가오기도 한다. 현실은 이렇듯이, 계속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과 도전해야 하는 것들 사이를 걷는 걸음 정도가 아닐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10대 시절이 행복했던 건, 그땐 정말 무언가에 순수함이 묻어나는 시간이고, 또래 친구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안정감의 시간이기도 한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조는 모습, 기뻐하는 모습, 고민을 나누고 싶어 하는 모습을 더욱 순수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가 있는 장소이기에 말이다. 그래도 당시에는 너무 지겨운 마음도 들었기에 벗어나고 싶었다. 어른이 되어서 학생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멋들어지게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 땡~ 종이 울리면 교복 시절이 다시는 그립지도 않고 생각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은 때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자퇴에 대한 생각도 했었고 나름 인생의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기에, 좋은 추억이 있는 반면 인생의 고민이 아주 깊었던 시기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이 정말 생각 안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보니 학창 시절보다 더 힘든 고민들도 산재해있으니,, 학창 시절이 더 좋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기도 한다.


이제는 교복을 입을 수 있는 나이는 지났다. 교복을 입은 시절만큼 어린 마음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살 수 없는 입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더욱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것 같다. 어린 마음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러 발걸음을 옮긴 그때가 코 끝 찡하게 그리워지는 날들이 있다. 인생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 정말 외롭고 고독한 쓴 맛을 본 날,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것만 같은 날들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어린 날들의 그 시절이 그립게 느껴진다.



그렇게 아주 가끔은, 학교에 다니면서 우리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님들이 계시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던

그 장소가 극심하게 그리워지는 날이 존재하기도 한다. ㅠ


○메인이미지: Pixabay l ○글: Songv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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