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맑은븐니씨 Apr 22. 2022

어머니의 추억과 내 추억의 교집합

<송븐니 나라에 송븐니 곤듀> l [생일달 특집편 1.5]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 Photo by 픽사베이>

살이 조금 차 올랐다. 볼에도 사탕을 문 것처럼 얼굴 살이 통통하게 올른 것은, 최근에 집중하는 일이 조금 생긴 탓에 긴장을 풀려고 단 것들을 많이 먹은 탓에 살이 빠지기는커녕, 더 찌는 근황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봄옷을 사려고 잠깐 외출을 했는데, 이제 'S' 사이즈는 못 입겠지..라고 체념을 한 후 마음에 드는 스커트, 'M'을 드디어 내 손으로 집어내어 살포시 착용을 해본다. 그런데, 아직 허리 영역에는 살이 찌지 않은 모양인지, 'M'사이즈가 너무 넉넉하여서 다시, 'S'사이즈를 입어야 했다. 아직, 'S'사이즈가 잘 맞는다고 자랑하는 글.

그렇게, 기분전환으로 봄 옷을 몇 개 고르고 온 후, 내 스타일과 어울리는 투피스를 GET 하고 오니, 집에 오는 발걸음마저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 멋을 내고 싶으면 몇몇 에세이 글에서도 기록해왔지만 엄마와 그 당시에는 제일 핫하고 핫한 -우리 동네에서는 동대문 시장 같은 (?)- 시장에 가서 옷 고르는 것이 즐거운 일이었다. 엄마도, 꾸미기를 좋아하고 나도, 꾸미기를 좋아하기에 엄마는 어린 시절에 내 손을 잡고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몇 벌 골라주거나 내게 쇼핑할 여유시간을 주면서 멀리서 나를 바라보곤 하였다.

엄마와의 쇼핑 시간이 정말 재미있었던 건, 그 시장길을 지나가면 봄, 여름에는 햇살 냄새가 났고, 시장 이웃들의 삶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어 다시 나가는 그 시장길의 가을, 겨울엔 군밤, 고구마 찌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그렇게 삶을 사는 모양이 있는, 시장 길을 걸으며 어린 시절에 룰루랄라 신나 하고 있을 때, "다해야, 저거 엄마랑 같이 먹을래?"라는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와 따스함이, 고구마의 따스함보다 더 따듯하게 느껴져서 엄마랑 같이 쇼핑하는 길이 어린 시절의 아주 큰 행복으로 남아있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 성인이 되어 엄마와 다시 쇼핑을 나가니, 내 스타일이 아닌 옷을 자꾸 골라와서 이제는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정말 곤욕스러운 일이 되었다.ㅎㅎ 어느 정도 내 취향이 생기고, 내가 내 스타일을 꾸밀 줄 알며 엄마의 의견을 조금 배제시킨 것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이때부터 사춘기였는지, 엄마가 내 스타일에 관여하는 게 싫고 내가 내 스타일링을 직접 하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 엄마는 조금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내가 옷 같지 않은 멋만 부리는 옷을 입으면 크게 잔소리를 하거나 따스한 옷을 사놓는 엄마.  


<장소를 바꾸어, 외출 나온 엄마와 송븐니 곤듀, Photo By Songvely>

엄마는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옷'에 대한 부분에서는 자유 영역(?)을 많이 넓혀주셨다. 그리고, 내가 꾸미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그리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죽지 말라고 함께 쇼핑 길에 나서면서 제일 예쁜 옷을 몇 번 사주신 것도 알고 있다. 학교에서 몇 년간의 임원 시절을 보내며, 씩씩함을 잃지 말아야 했을 때 엄마는 그렇게 뒤에서 나를 응원하고 믿고, 지원해주고 계신 든든한 어른이었다. 옷생옷사 인생을 사는 딸의 귀여운 취미를 맞춰주기 위한 엄마의 노력이, 나는 아직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런 엄마는 이상하게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잘하지 않지만, 아주 가끔 드물게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먼저 할 때가 있다. 어린 시절 엄마도 지금의 나와 같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시장에 나가, 옷이나 신발을 골랐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엄마도 한 때는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나는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엄마와 나의 추억의 교집합인 쇼핑이 끝나면, 항상 가는 맛집이 있었다. 항상 들르는 마지막 옷 가게 바로 옆이기에 배가 고픈 엄마와 나는 그곳을 자주 애용했다.

 옷을 모두 고르고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엄마와 함께 음식을 기다리며 앉아있던 시간이 생각나면 가끔 그 시장을 다시 걸어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추운 겨울날, 엄마와 나의 코 끝을 따스하게 녹여준 그 작고 작은 장소가, 아마 엄마가 보고 싶은 날 한번 쯤 찾아가고 픈 장소가 될 줄은, 어린 시절엔 몰랐다. 내가 말하고 있는, 이 시장의 장소는,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과 가까운 팔달문 시장으로, 그 시장의 아주 옛날 옛적의 정취와 분위기를 담고 있는 글임을 밝히며,  화성 축성은 정조의 효심이, 근본이다.


https://brunch.co.kr/@songvely1004/132 


작가의 이전글 븐니곤듀 귀에 딱지진 사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