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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Aug 17. 2021

<사도>와 뒤주

내가듣고 싶은 건,아버지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소.

■키워드-뒤주, 아버지, 조선


어렸을 때부터 사극에 남다른 관심이 있어서 영화 사도의 포스터를 보자마자 참 많이 기대가 되었다. 이준익 감독의 정통사극 <사도>는 특히나 더욱더 많은 기대를 가지고 몰입하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부모님과 심하게 싸우면 이 영화의 OST를 듣는다. 그리고 영화의 명장면을 생각한다. 벌레가 우글거리는 뒤주 안에서 물도 못 마셔가면서 죽어가는 그 한 자식의 모습을. 그만큼 아버지와 자식의 갈등이 첨예하게 그려지기도 한 이 영화 <사도>를 다시 한번 재감 상해 보고자 한다.


Ⅰ. 영조(英祖)와 사도세자, 사도세자와 정조(正祖)부위자강 (父爲子綱)

三綱(삼강)의 하나로, 부모와 자식 사이에 지켜야 하는 떳떳한 도리.

 영조(조선시대 21대 왕, 재위 기간: 1724년 ~ 1776년)는 조선시대의 붕당정치로 인하여 역사적 균형을 일어 가고 있었던 정치적 세태를 시정하고자, 할아버지 숙종(조선시대 19대 왕)이 시도한 탕평정책을 실시하여 신하들 간의 알력을 균형 있게 조절하고자 했다. 영조는 조선시대의 중흥을 가져왔다고 할 정도로 왕으로서의 완벽함을 지닌 왕이었다.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미천한 출신으로 인하여 왕위 계승의 정당성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왕이기도 하였다. 


영화에서도 영조는 사도 세조에게 자신에게만큼이나 엄격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조선시대를 이끌어 갔던 지배적인 체제는 ‘유교’인데, 그 유학을 바탕으로 한 조선사회는 ‘혈통’의 정통성과 ‘왕위’ 정당성을 대단히 중요시하게 생각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영조의 지독한 완벽주의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바이다. 하지만 현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영조가 행하는 자식에 대한 독선적인 태도는 잔인할 정도로 무섭게 보이기도 한다. 역사의 비운의 주인공, 뒤주에 갇혀 어둠 속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세자로 책봉된 만큼 늦은 나이에 태어나 영조의 사랑과 총애를 듬뿍 받았다고 한다. 그러한 사도세자는, 역적으로 몰리며 가장 괴로운 죽음의 방식인 뒤주에 갇혀 일주일을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마지막 대사는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 라는 것이었다. 끝내 정조 (조선시대 22대 왕, 재위 기간: 1776년 ~ 1800년)가 왕위를 물려받게 되며, 아버지가 뒤주 속에 갇혀 죽는 것을 묵도하는 슬픈 기억을 지닌 왕이다.


사도세자의 죽음, 정치적 소용돌이인가, 나랏일이 아닌 한 집안의 이야기인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정치적 소용돌이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한 집안의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슬픈 비극의 스토리로 봐야 할 것인가? 에 대한 논의에 대하여 감독은 이미 답을 정해 놓았지만 한편으로는 열린 답을 제시하기도 한다는 것을 영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영조(송강호)가 죽은 사도의 얼굴을 보고 오열을 하며 울음 속에 파묻힌 자식을 잃은 그의 마음을 보았을 때, 인간의 숙명이란 이리도 지독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Ⅱ. 아녀자 된 도리와 부위부강 (夫爲婦綱): 
 
三綱(삼강)의 하나로, 부부 사이에 지켜야 하는 떳떳한 도리.

 영화에서는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의 비중 못지않게 아녀자들 영상의 시퀀스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명대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대사회의 부부에게도 좋은 교훈과 지침이 될 말들이라 몇 자 소개한다.

-‘부부란 예법에 서로의 실수는 덮어주고 사소함에 얽매이지 않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끝없이 사랑하는 것이다.’ (사도세자가 어린 정조에게)

-‘장부의 기개는 태산보다도 높고 여인의 지조는 바다보다 깊다고 하였습니다.’ (어린 중전이 영조에게)

그리고 사도세자의 부인으로 나오는 문근영의 연기에 대해서도, 명성황후를 떠올리게 하는 노스탤지어를 지닌 배우. 그의 노인 분장에 대한 연기와, 펜트하우스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진지희의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


Ⅲ. 숙종과 영조, 그리고 정조의 탕평정책- 조선시대의 붕당정치: 군위 신강(君爲臣綱)

三綱(삼강)의 하나로, 임금과 신하 사이에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

숙종대에, 노론과 소론의 정쟁은 더욱 심해진다. 노론의 지지로 왕위를 이어받은 영조는 탕평정책을 표방하였지만 소론을 축출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의 이러한 당파적 성향은 –영화가 영조, 사도세자, 정조의 이야기를 미시적으로 접근한 것에 반하여-거시적 관점으로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조선시대 이 씨 왕조의 초기 건국과정을 보면 문인과 무신의 조합이었다. 조선시대 건국 이래 탄탄한 ‘정치적 시스템’과 ‘유교적 지배 이데올로기’는 세종의 시대를 거치면서 그 빛을 발하며 더욱 찬란한 왕조적 구조를 이뤄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사적 볼 때에도 어느 왕조보다도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조선왕조. 그런 조선 왕조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그 유교적 지배 이데올로기와 그로 인해 파생된 외면적 예법 중시, 신하들의 당파성이었다. 당파를 가르며 붕당정치의 기조를 형성하여 조선시대의 후기에는 당파의 이익에 급급한 정책을 펼쳤고 그로 인해 중흥과 쇄신의 기회를 모두 놓쳐버리는 자가당착의 길로 향하게 된 조선왕조의 전반적인 기로를 봤을 때에도 영화는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조선시대의 엄격함에 경이로움을 불러오기도 한다


Ⅳ. 효심 지극한 정조의 지지대 고개 l 사도세자와 정조
 ‘여기서 조금 쉬었다 가자’, ‘조금 천천히 가거라’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묵도할 수밖에 없었던 정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 그 성의 견고함과 문화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사도세자에 대한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깃들어 있는 효의 도시 수원에 지지대 고개가 있다. 정조는 수원 화성 외곽을 돌면서 자주 아버지를 회상하였다고 한다. 신하들에게는 종종 ‘조금 천천히 가거라’, ‘여기서 조금 더 쉬었다 가자’라고 하며 마음속으로 아버지의 슬픔과 한을 삼켰을 것이다. 지금도 수원에서는 정조대왕 행차 퍼레이드 행사와 16년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기념하며, 역사적 맥을 지켜나가고 있다.


생각할 사, 슬퍼할 도라는 의미의 사도. 영화의 제목도 영조와 정조의 중흥이 아닌, ‘사도’인 이유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는 바이다. 사도세자의 한이 정조의 효심으로 치유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속 깊은 어린 정조는 영화 속에서 말한다. 사람 나고 예법 있지, 예법 나고 사람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오늘은, 국사책의 한편을 자리하고 있는 조선시대의 역사이야기를 영화 <사도>를 통하여 의미 있게 살펴보았다. 우리의 역사교과서 안에는 영조와 정조의 탕평정책이라는 간단한 소개로 지나치지만, 이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한 영화를 보고 있자 하니 왕권의 무게와 조선시대라는 한 사회의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Ⅴ. 오늘날의 가족 관계와 영화 <사도>

코로나 시대로 인하여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외출이 제한되면서 가족 간의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회사생활, 사회생활로 인하여 서로의 함께하는 시간이 없었던 가족에게는 기쁜 반면, 너무 오랜 시간 함께 있다 보니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갈등과 마찰을 빚으며 보내는 가족들도 늘어나고 있다. 영화 <사도>에서 처럼 가족과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이 있으면, 그걸 감내하는 가족들도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이 힘이 드는 상황이 된다.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한 백신이 필요한 것처럼, 가족 간에도 그들의 갈등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백신이 필요해 보인다. 영화 <사도>를 감상하면 역사의 한 시대, 왕권의 무게, 오늘날의 사회현상까지 확장하여 살펴보면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


※본 문의 글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역사, 사회 과목에서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고 학부과정에서 조선시대사와 한국사상사를 공부한 역사학도의 개인적 의견과 영화의 역사적 사실이 함께 첨가된 영화 감상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옛날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부족하지만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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