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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븐니 Aug 30. 2021

비참함의 끝판왕이 되어보면

송블리의 감성에세이 l 앞길이 가로막혀 좀처럼 힘이 안날 때.

사람에게 계속적인 실패의 결과가 주어지면

비교적 성취, 목표달성, 성공을 하던 사람들이 계속적인 실패가 계속 되면 어떻게 될까? 처음엔 어이가 없고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현실을 파악하고 실패에 대한 쓴 맛을 느낀다. 셋째는 계속적인 실패가 계속 되면 날 만든 조물주를 원망하게 된다. 넷째, 삶의 목표에 대하여 더 이상 주체적인 태도를 견지하지 않게 되고 무기력하게 된다. 다섯째,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내가 필요할 때에만 만나게 된다.


여섯째, 인생에 대한 회의와 허무함을 느낀다. 일곱째, 왜 살아나가야 하는지 하루하루가 무의미하다. 여덟번 째,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모습에서 오는 괴리로 인하여 심적 괴로움이 다가온다. 아홉번 째, 입맛이 없어지고 밥맛을 잃는다. 열번 째, 무언가에 도전하기 보다는 휴식을 취하고 싶어한다. 원하지 않는 실패가 계속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성취, 달성, 성공에 더욱 매진했던 사람이라면 몇 배가 더하는 괴로움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실패의 연속을 직접 겪게되면 자신을 되돌아보고 실패의 원인을 찾는 것마저도 꺼려지는 때가 있다. 심리적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힘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탓해서는 안 된다. 교통사고가 나서 큰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안부는 묻지 않고 차의 상태만 살피는 것과 같은 큰 실수를 하는 것과 다름 없다. 실패라는 사고가 발생했으니, 그 사람이 다친 부위를 찾고, 치유를 하며, 스스로 바로 설 수 있을 때까지 격려를 해줘야 사람도, 차도 동시에 구할 수 있다.


속도가 느리다며, 그들을 다그쳤던 과거의 나

나는 과거에 이런 단순하고도 심오한 격려방식을 몰랐다. 성취와 열정에만 취하여 사람이 절뚝절뚝 걷고 있는데, 위로는 하지 못할 망정 속도가 느리다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다 내가 그 상황이 되어보니 느꼈다. 그들이 느리고 싶어서 느리게 걸었던 게 아니구나. 느려지는 상황이 있었는데 난 도대체 무슨 열정과 격려를 해오며 살았던가 하고 말이다. 그래도 당시에는 그 사람이 잘되라는 순수하고 선한 의도의 마음에서 그들의 속도를 채근한 부분도 있었지만, 직접 속도가 느려져보니 알겠더라. 사람이 절뚝절뚝 거리는 상황에서는 추스리기도 바쁘단 것을.


그렇다고 해서 성공한 사람 들이 실패를 해서 이렇게 똑 같은 상황을 당해보고, 실패에 대한 경험을 해보라는 것은 아니다.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사회적 응원과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그 길에서 내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패라는 인생의 큰 채찍질, 고난의 길을 가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겸손과 돌아봄이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든 당해 보고 나서야 아는 사람이 아닌 당해보지 않아도 그들의 감정과 입장을 이해하는 현명한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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