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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븐니 Nov 13. 2022

엄마와의 케미스트리가 그리운 날이 있다.

<캥블리언니가 살아가는 법 시즌 TWO> l 그리운 날.


엄마와의 케미스트리가 그리운 날이 있다.


주말이 되면,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방청소를 하고, 머리카락을 치우고, 고요하게 침대에 누워있으면 나는, 주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많이 떠올린다. 현실의 다 커버린, 징그러운 어른인 나의 모습과는 다르게 조금은 순수하고 귀여웠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조금은 더 행복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렇다 저렇다 할 큰 고민도 없이 19년을 살았던 것 듯 싶다. 그래서 사춘기가 아주 뒤늦게 온 편이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우리 엄마, 아빠가 정말 좋고 우리 가정 속에서 자라온 것을 행복해하며,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살아갔다.


어린 시절에, 나는 엄마의 아름다운 미소와, 따스한 마음, 어린아이를 정말 사랑으로 대하는 마음 같은 것들을 보면서 엄마를 한 어른으로, 부모로, 선생으로, 친구로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많이 따르고 좋아했다. 존경하기도 했고, 엄마를 뒤 따라다니면서 말도 잘하고, 이웃들하고도 잘 어울리는 엄마의 모습이 좋아서 옆에 붙어있고 싶어 했다. 엄마의 크고 작은 일들도 다 알고 싶고, 듣고 싶어 했고, 엄마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엄마의 일들을 알고 싶어 했으니, 어린 시절에 엄마는 내가 무진장 귀찮은 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스무 살 초, 중반이 되어도 스스럼없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로 지냈다. 서로의 인생과 고민을 응원하면서 고기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면서, 즐거운 데이트도 많이 했다. 여행에 가서 사이도 좋았고, 크게 티격태격할 일 없이 어린 시절처럼 행복한 날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조금 성인이 된 이후로는 불 같이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고, 이로 인해 서로가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다. 차라리 어린 시절에 그런 행복한 기억이나 추억이 없었으면 기대라도 안되고, 마음이 아프지라도 않을 텐데,, 어린 시절의 너무 즐거운 시절과는 다르게 갈등의 시간은 정말, 이 모든 시간들이 괴롭고 소통이 안되니, 고통스럽게까지도 느껴졌다.


그러다가도, 어린 시절의 옛정을 생각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이 있는데, 이런 시간에, 예전에 엄마와 아웅다웅 마음 잘 맞을 때처럼 돌아가는 것 같아서, 가끔 그래도 에전에 그 나눈 정들 같은 것들이 참, 무시 못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사이가 정말 틀어진 순간 속에서도 아주 잘 지낸 옛 기억을 생각하면서, 서로 한번 더 참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가족이 완전히 밉지도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가족싸움은 물 베기라고, 화나고 다투기도 하다가도, 자고 일어나면 또 걱정되고 어디 있는지 안부를 물어보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이 드니까 말이다. 그래도 정말 오랜기간, 한참을 티격태격하는 날들엔, 가끔 그렇게 엄마와 손발 착착 맞았던, 케미스트리가 그리운 날도 있으니,.. 언젠가 예전처럼 행복했던 관계를 만날수도 있다고 기대해본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고 바라본,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외할머니의 김치찌개처럼 따끈따끈하고 고숩고, 정겹고 미워졌다가도 다시 마음을 풀어버리게 만드는 그런 진실한 사랑에 가까웠던 것 같다. 아빠가 우리들의 마음을 몰라주고, 엄마 홀로 많은 시간 자식들에 대한 교육문제로 고민해야 했을 무렵에도, 자신보다는 조금은 더 낫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는 쓴 잔소리도 하고, 깊은 기도도 함께 하며 응원해주기도 했다. 나는, 엄마의 사랑에 얼마나 보답하고 있을까, 엄마는, 그런 힘든 길을 홀로 걸어가는 시간 동안, 많이 힘들지는 않았을까를, 아름답고 빛났던 엄마의 젊은 시절을 보며, 한번 더 떠올려 본다.


<엄마가 외출할 경우, 자주 써주시던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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