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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많은븐니씨 Nov 10. 2022

아, 밥 냄새 정말 좋다.

<캥블리 언니가 살아가는 법 시즌 Two> | 엄마의 힘


아, 엄마 밥 냄새 정말 좋다.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주변 환경도 변하고 좋은 인간관계가 나빠지기도 했다가, 비교적 안 좋은 인간관계에 대한 사이도 마음이 풀리고 사르르 용서할 수 있는 시간을 만나게 되기도 하는 듯 싶다. 나는 우리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그런 감정과 깨달음을 많이 얻고 사는 듯 하다. 아빠와 엄마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했던 시기에서, 서로 갈등의 시기를 겪어보니 인생 전반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보며, 내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성찰까지도 하게 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건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닌 듯 싶다. 같이 살아가고 있는 아빠, 엄마도 어느 날은 서로의 존재의 무게가 힘들 때에는 거리를 갖기도 하고, 기존에 서로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존중해야 할 점은 더 존중하고, 싫어하는 부분이나 행동같은 것들은 더 조심하게 생각하고 신경쓰는 모습을 볼 때, 사회생활의 가장 최소한의 인간관계인 가족이라는 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기 위해, 때로는 너무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싶다.


그러다가도 이 감정이란 놈은 언제 불현듯 튀어나와, 혹은 참다참다 예민한 날들에 서로의 감정이 활화산 활동하듯이 용암으로 뿜어져 나올 때에는 매너와 예의를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 되기도 한다. 서로를 할퀴고, 홧김에 참았던 못된 말들을 내뱉기도 하면서, 가까이 존재하기에 힘이 되기도 하지만, 가까이 존재하는 만큼의 상처를 강하게 만들어내게 된다. 그렇게 서로 고조되어 힘든 감정 싸움이 지속되어, 쓰라린 마음을 안고 지내다가도.... 문득 이 집안 저녁의 고슬고슬한 밥 지어가는 냄새가 우리 집 가족들의 코 끝에 다으면.. 동시에 "아.. 밥 냄새 진짜 좋다." 하고 엄마의 밥 지어가는 압력밥솥에 몰려들어 행복하고 평안한 감정을 다시 공유한다.


엄마 때문에 오늘 공부 안하는 거야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도 마찬가지의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공부를 좋아했고 잘 해냈던 학구파였던 필자는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아빠랑 엄마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은 날들에는 더 모진 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왕 하는 김에, 부모님 속을 그렇게 뒤집어 속 썩이지 않아도 되는데 괜히 예민해지거나 성적이 뒤로 뒤쳐질 것 같은 날들엔 거실에 나와 나를 제일 잘 아껴주시는 분들께 어린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험기간은 다가오는데,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였을까..


그렇게 몇 마디, 뱉고 들어와 방안에 들어오면 세상 누구보다 못난 내 모습이 느껴져서 울다가, 웃다가 사과를 할까, 책을 읽을까를 고민하면서 방안 구석에서 세상 진지한 실언 뱉고온 딸래미의 고뇌가 시작되곤 하였다. 지금은 이런 모습에 아빠, 엄마가 충고나 조언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어린 모습도 모두 다 품어주셨다. 방황하는 방안에서 엄마는 쟁반에 매실차를 타 오면서 타 들어가는 나의 마음을 많이 어루만져 주신 따스한 분이었다.


그렇게 사이 좋은 부모님과 조금의 갈등이 생기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말들보다는 상처가 되는 말들을 많이 하기도 했고, 이렇게 가까웠던 사이가 저만큼이나 멀어질 수도 있다는 현실을 파악했을 때에는 세상을 별로 살고 싶지 않을 정도의 마음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만큼, 내 삶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사람들의 마음에서 내가 멀어지는 체험을 경험해보면 생각보다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노력하면 달라지기도 한다. 서로 시간을 갖다가 조금씩 대화하기를 시작했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조금 더 생각하면서 예의를 갖추며 다가갔다. 그래서 우리는 모처럼 만장일치 합의로 나들이를 나가 오늘만큼은 싸우지 말고 행복한 식사를 하자고 약속했다. 나가는 길,, 예전만큼 완전한 사이 좋은 따스한 가족이라 할 순 없겠지만 눈부신 햇 살아래 오랜만에 아빠와 엄마와 함께 걸었던 며칠 전의 산책시간 속에서 너무 잊고 있던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게 되니 마음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다.


어찌되었든 나들이로 인해 다시 찾아온 집안의 평화에 조금 감격스러웠고 정겨운 냄새 나는 우리 집안의 저녁시간 밥 냄새 만큼이나 편안하고 속이 따끈해지는 그런 맛의 나들이에 시간이 멈추길 바라며 아빠, 엄마 곁을 조금 떨어져서 뒤따라 걸어보았다.안 온줄 알았던 부모님과의 행복한 시간 속에서 어린 시절만큼이나 행복하고 감사하며, 황홀하고 눈물나게 그리웠던 부모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인생에 조금 더 긴 시간으로 남아있길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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