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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많은븐니씨 Dec 18. 2022

도대체 몇 명을 만난 거야? ㅎ,ㅎ

<송븐니 나라에 송븐니 곤듀> l 적당히 만난 듯합니다.


<주말에 커피를 마시러 거실에 나온 블리>


블리: 아.. 갑자기 열받네..?


블리 맘: 와잇?


블리: 아니, 예전 남자 친구랑 뭐 싸운 게 생각나서, 기분이 안 좋았어


블리 맘: 뭐야, 언제 엄마한테 말도 없이 만난 거야?


블리: 아니, 그게 아니라 전전 남자 친구는 좋아해서 뭘 해줬는데, 걔는 싫었나 봐. 나 상처받았잖아.


블리 맘: ㅎㅎㅎㅎ그래, 그래서 사람은 많이 만나봐야 한다고들 하더라~!

근데, 전전 남자 친구...? 도대체 몇 명을 만나고 다닌 거니?ㅎ.ㅎ


주말에 커피를 마시기 위하여 거실로 나오는데, 엄마를 보니 갑자기 하소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만난 남자 친구와 싸웠던 일이 있었는데 이게 제법 오랜 기간 나에게 상처가 된 모양이다. 그 기분에, 자세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말하면서, 왜 기분이 상했고, 어떤 부분이 기분이 안 좋았는지를 말했더니 블리 가족은 들으면서 아주 웃겨 죽겠다고 말을 한다. 그만큼, 얼핏 보면 웃긴 사랑싸움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마음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행동과 말'이라고 느꼈기에 오랜 기간 마음이 상하고 잘 풀리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 예쁜 말을 하지 않고, 대게 마음이 상하는 말을 해서 내가 오랜 기간 마음에 상처가 된 부분이 있었던 것인데, 이게 뭐라고 컨디션이 다운 된 날은 자꾸 생각이나서 울화가 치밀었다.


이걸, 혼자 생각하면서도 "생각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 말아야지"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생각이 나고 더 화가 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울화를 풀어주는 요가'자세를 하면서 생각을 지우려고 했다. 그런데도, 원래 '남 욕'하는 것보다 '남 칭찬'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차칸 블리 요정은 차마 씹어대지는 못하겠는 마음으로 혼자 마음앓이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가는 아무래도 속병이 생길 것 같아, 본의 아니게 그 아침에는 조금 뒷담화 아닌 뒷담화를 질겅질겅 시작하였더니, 음.. 속이 후련해지면서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되어, "내가 욕 하는 게 적성에 맞는 사람이란 말인가.."라며 평소에 교양 있다고 자부해온 나의 신조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하였다.ㅎㅎㅎㅎ


그래서 나는, "엄마, 근데 이렇게 한번 기분 나쁜 일 말하고 나니까 기분이 대게 좋아진다, 아니면 엄마가 잘 들어줘서 그런가?"라고 상쾌해진 기분으로 그 다운된 기분을 함께 공감해주고 리액션도 잘해주는 가족이 있던 그 순간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렇게 한번 기분 나쁜 것에 대한 공감을 타인과 함께 공유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그 화난 감정이 사라지는 듯한 마음이 들어서 그날 하루 굉장히 기분 좋게 뒤집어엎은 방청소를 신나게 진행한 기억이 있다. 이렇게, 나는 과거에는 무언가를 말하고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 시간낭비이고 그리고, 거기에다가 누군가를 뒤에서 말하는 것은 굉장히 실례라는 생각이 들 곤 해서 거의 욕을 1도 안 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푸는 방식도 조금은 변화를 주고, 적극적 의미의 소통을 해보니 그도 그 나름대로의 통쾌함과 기분이 안정되는 효과를 느낄 수가 있어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정말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다면, 때때로는 속에 쌓여가는 울화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여 나의 기분을 위로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같았으면, 왜 기분이 안 좋았는지 홀로 분석하고, 운동을 하면서 잊어보려고 하거나, 드라마/영화 보면서 내 감정을 해석하려고 하면서 비교적 간접적인 방식으로 '울화를 다스리는 법'을 나름 제어하고 있었을텐데.. 이번에는 내 고민을 들어주는 누군가와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달랐다. 다른 어떤 방법보다 통쾌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어, 이전방식의 모든 존재가 다 잊힐 만큼의 기쁜 마음이 들었고, 공유해주는 누군가의 말을들으니  참으로 행복한 기분이 든 날이었기에,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마음을 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가족이랑 대화를 하던 중에, 너무 많은 TMI가 들어가서 그만, 남자 친구들 만난 자세한 이야기를 가족에게 들킨 뻔했다는 것.. 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이와 같이 너무 많은 TMI는 주의하여 고민을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필자는 원래, 집에서는 내색을 잘 안 하기에 비밀연애를 한 경험이 많이 있었던 것을 집에서는 잘 모르는데 이 날 다 들킬뻔했다. 그래서 얘기를 하다가 엄마에게 조금 들키게 된 것이 껄끄러웠지만.;; 오랜만에 내 마음과 감정을 잘 위로받은 것 같아서 그날 하루는 외롭지가 않았고,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교양' 지키려다가 내 속을 다 버리기보다는, 때때로는 시원하게 나의 원래의 감정을 잘 말하고 소통을 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도 참 중요한 과정임을 느끼고 깨달았다는 점을 밝히며, 오늘의 글을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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