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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많은븐니씨 Jan 13. 2023

입은 웃고 있어도, 눈엔 비가 내리는.

어린 시절 비오는 날엔 학교에 가기가 우울했다. 비 오던 날에 우산을 쓰고 비 비릿내 나는 길을 걸어가면 좋아하는 친구들이 반가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어도 내 마음에 어둠의 등불이 켜진 사람처럼 우울하게 앉아있었다. 그러면, 어린 시절에는 선생님들의 예쁨을 독차지 하여, 우울이 집어삼킨 나의 얼굴을 보고 있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나에게 한 마디, 두 마디 걸면, 조금 기분이 좋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내 그마저도 귀찮아 억지로 대답을 한 뒤에 최대한 말을 아낀 하루가 되었다.


커서도, 그 어린 시절의 소녀처럼, 비 오 는날의 기분은 매우 흐림이다. 직장도, 카페도, 일정도 별로 활동하기 싫을 만큼 비오는 날의 외출은 크게 선호하지 않게 되기도 하는 듯 싶다. 비 핑계를 대고, 홀로 사색의 시간에 잠겨 있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의 아침이다. 어린 시절에 무뚝뚝한 표정으로 하루 종일 수업을 들어도 될 만큼의 자유가 주어진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어 슬픈 날이 되겠지만, 눈은 우울할 수 있다. 그래, 입은 웃고 있어도 눈엔 비가 내리는 그런 날. 얼굴의 반엔 자유가 남아있는 그런 날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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