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와 라이벌 의식

소율과 연희의 운명 l 조선의 마음.

by 외강내강송븐니


■키워드- 라이벌, 친구


'그들에게 필요한 건 웃음이고, 눈물이야'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광복 직전 기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해어화>이다. 근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 1945년 일제강점기 직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니, 그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생각하며 영화를 접했다. '해어화'는 말을 알아듣는 꽃으로 기생을 의미한다. 그중, 소율(한효주) 연희(천우희)는 대성 권번에서 인연을 맺어 '친구'라는 이름의 인연을 맺게 된다.

운명은 왜 우리를 만나게 한 걸까 l 조선의 마음

영화 속 소율(한효주)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넌지시 읊조리는 대사이다. 소율은 연희를 대성 권번에서 만나 어린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로 지내, 서로의 축복을 바란 '친구'이다. 산월 (장영남)의 총애와 지지를 받는 두 여인의 앞으로의 날들은 그리 평탄치 않은데. 소율은 자신의 정인 작곡가 윤우(유연석)를 연희(천우희)에게 소개해주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스스럼없이 보여주었다. 그런 과정에서 윤우(유연석)는 연희(천우희)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자신의 노래를 불러주기를 요청한다. 자신이 조선의 마음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소율(한효주)은 서운함과 슬픔에 연인, 윤우(유연석)를 찾아가 눈물로 호소하지만. 한번 결정된 윤우(유연석)의 결정은 쉽게 바뀔 리가 없었으니 운명의 서글픈 장난은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같은 인생의 선의의 라이벌을 만나기도 한다. 학교생활에서나, 직장생활에서나, 가족관계에서나. 선의의 라이벌이 있으면 인생의 자양분이 되고, 발전의 저울추가 되기도 하기에 유익한 점도 많다. 소율(한효주) 역시 연희(천우희)를 친구이자 라이벌로 생각하며, 그녀를 아끼고 그녀가 듣고 싶어 하는 노래의 가수를 직접 소개해주시도 하며 마음 표현을 많이 한다. 영화 속에서는 이런 라이벌 구도가 무색하리만큼, 연희(천우희)에게 많은 기회를 내어주기도 하지만, 소율(한효주)의 친구를 아끼는 마음과 라이벌을 대하는 자세에서만큼은 본받을 점이 충분한 듯하다. (영화의 끝에서 이런 마음은 끝내 지켜지지 못한다.)

복사꽃 같이 아름다웠던 소율에게 ㅣ 사랑, 거짓말

결국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제작된 '조선의 마음'은 연희(천우희)의 목소리로 세상에 소개되자, 소율(한효주)은 일본 경무국장(박성웅)에게 가수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다짐을 밝힌다. 한 연인에 대한 배신감과 변심에 대한 그녀의 결정은 이토록 과감하고 단호했다. 라이벌이자 친한 친구였던 연희(천우희)에게 목소리로 지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마음, 연희(천우희)에게로 향해가는 연인 윤우(유연석)의 모습을 보며 소율(한효주)의 세계는 한순간에 무너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복사꽃처럼 곱고 환하던 소율

너에 대한 맹세는 거짓이 되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 거짓말.


헛된 나를 잊는 대신 부디 너만은 잃지 말기를

이것이 너에게 줄 수 있는 내 최선의 진심이다.


윤우(유연석) 역시, 자신의 마음이 변한 사실을 밝히며 더 이상의 마음이 없음을 고백한다. 이러한 사랑의 관계를 통하여 그 당시의 얽히고설킨 암울한 상황을 표현하려고 한 영화의 의도였던 것일까. 윤우(유연석)는 끝내 소율(한효주)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져버리고, 연희(천우희)의 맑고 고운 목소리에 자신의 마음을 내어주게 된다. 사랑의 변심 앞에서 슬퍼해야 했고, 시대의 변질 앞에서 우리 네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그 당시의 상황을 위로해보며, 당대의 라이벌이자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두 여인을 생각하며 영화 <해어화>를 다시 감상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