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븐니소설 <동급생의 질투> l 또 다시 열린, '스피치 대회'에서.
◎8화, 완벽한 아이의 옆에서- 그녀에겐 있었고, 내겐 없던 것. (스피치 대회 당일)
채경이와의 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벌어졌다.
<<인별그램 메시지 사건>> 이후로, 우리는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척 인사를 나눴지만,
예전처럼 웃으며 팔을 툭 치는 일은 사라졌다.
그녀는 여전히 밝았고,
나는 여전히 반묶음을 하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기가 끼어 있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처음 채경이를 만났던 그 날 처럼,
학교에서 다시 스피치 대회가 열렸다.
이번 스피치 대회의 주제는 '자유'.
그야 말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무슨 주제든 간에 선택 하고, 대회에 참가할 수가 있었다.
참가한 우리 학교 아이들은 대체로 ‘꿈’, ‘노력’, ‘성공’ 같은 단어를 꺼냈다.
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준비했다. '꿈과 미래'라는 주제는 언제나 큰 설렘을 가져오니까.
그렇게 준비해가는 과정 속에서, 채경이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같은 감정은 조금 옅어지고 있었다.
나는 이번 스피치 대회에서 만큼은 후회 없이 모든 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때 보다는 조금 더 다듬해지고, 조금 더 정교해진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학교 친구들에게도, 나에게도 더 나아진 모습을 말이다.
그래서, 조금 더 멋있어 보이는 문장들,
조금 더 감동적인 글귀, 조금 더 멋져보이는 제스쳐를 많이 준비했다.
그리고... 어김 없이 다가온, 채경이의 발표 무대.
나는 채경이 발표 뒤 쯤으로 차례가 결정 되었다.
무대 위에 선 채경이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반묶음 머리, 단정한 교복, 마이크를 잡은 손은 떨림이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표정을 분석하고 있었다.
입꼬리 각도, 시선 처리, 호흡. 채경이 답게 야무지고 단정했다.
이제 비록 직접적인 응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스피치가 여전히 기대되긴 했다.
채경이는 잠시 관객을 둘러봤다.
그리고 말했다.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잘 보이기 위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더 인정받기 위해.”
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수업시간에 보던 그 집중력 그대로였다.
“저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존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제가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제 옆에 앉아 있는 친구의 시간을 존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이유는,
선생님의 수업을 진심으로 듣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손에 쥔 원고를 꽉 움켜쥐었다.
“제가 웃는 이유는,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채경이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덧붙였다.
“존중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비교하지 않고, 깎아내리지 않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일 수 있도록 두는 것.”
채경이의 발표를 듣는, 내 심장이 이상하게 조여왔다.
그녀는 계속 말했다.
“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빠른 성장 아래에서,
비교, 발전, 우위, 열등, 경쟁에만 집중해왔습니다.
그래요, 압니다. 저도 어린 시절엔, 함께 동네에서 놀던 언니를 닮고 싶어 했고,
가족 중에서 뛰어나게 요리를 잘 하는, 누군가를 닮고 싶어한 적도 있고,
그런 그들과 비교가 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러움의 감정도 들었습니다.
비교, 발전, 우위, 열등, 경쟁, 그 속에서 재편되는 아우라와 멋스러움이 부러웠고, 눈길이 자주 갔던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욱 깨달았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좋은 모습의 아름다움이 있듯이, 각자의 삶에는 그런 모습이 모두 있다는 걸요.
그렇기에,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또한 다름을 인정하는 것.
서로를 비교하고, 옭아매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바라봐 주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한, 가장 중요한 존중의 첫 발걸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잠시 내 쪽으로 스쳤다.
정확히 나를 본 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시선이 나를 향한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 저는 열심히 삽니다.
누군가를 밀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만의 매력을 더욱 잘 돌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
강당은 고요했다. 모두가 집중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이해했다.
왜 내가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었는지.
나는 그녀를 ‘이기기’ 위해,
혹은 ‘같아지기’ 위해 움직였고, 그녀를 그대로, '복사'해내는 것에 집중했던 마음이었다.
하지만 채경이는, 처음부터 생각 자체가 나와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을 존중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녀는 학교를, 학급을, 선생님을, 친구들을 ‘존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그렇기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 차이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나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의 출처가, '존중하는 마음'에 있었다는 게 인정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 모든 스피치의 발표를 듣는 순간, 나는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녀의 집중력은 성격이 단단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태도였고,
그녀의 웃음은 인기를 얻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주변을 배려하는 선택이었다.
나는 그동안
그녀의 가방 브랜드와 립틴트 색을 따라했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 사는지는,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두는지는 한번도 떠올려보지 못했다.
뭔가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 뒤 머릿속이 어지럽고 눈에 별이 보이는 것처럼,
채경이의 두번째 스피치 강연을 들었을 때, 뒷통수를 방망이로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놀라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채경이는 마지막 문장을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닮을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서로를 존중하면 됩니다.
우리는 서로를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세상입니다.”
박수가 터졌다.
아이들은 감동한 표정이었고, 심사위원들도 이의가 없이 한결같이 채경이의 발표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나는 박수를 치면서도 손끝이 차가웠다.
그녀의 영역에 내가 닿을 수 없었던 이유.
'존중'에 있었고, '배려'에 있었던 것이었다.
채경이는, 누군가를 관찰하고 복제하지 않았다.
그녀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인정했다.
한편, 나 '진지민'은 그녀를 보며 계속 계산했고, 비교했고, 분석했다.
하지만 채경이는 그런 순간에 마저도,
그저 나를 ‘있는 그대로’ 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민이가 나를 따라하든, 복제를 하든, 똑같은 복붙인간이 되든가 말든가 간에'
스피치가 끝난 뒤, 채경이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아이들이 몰려가 칭찬했다.
"채경아, 오늘 발표 진짜, 멋있었어! 내가 니 영상 찍어놨거든.♡"
"채경아~ 오늘 스피치 강연은, 정말 내용이 무엇보다 좋다, 역시 너다워!"
라는 칭찬이 들려올 때마다, 채경이는 정말 부끄럽다는 듯이 겸손함을 보여줬다.
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예전 같으면 그녀의 표정과 말투를 또 분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채경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으로 나는 그녀를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그녀가 말한 ‘존중’이라는 단어를 곱씹고 있었고, 채경이의 발표내용이 멋있어서,
내 발표는 하는 둥 마는 둥, 끝까지 집중하지를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끝 마친 스피치 경연대회를 마치고, 나는 집에 와서 지현이에게 저녁을 챙겨주고 방안에서 혼자 생각해보았다.
나는 나 스스로를, 존중한 적이 있었나?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일 수 있도록, 그대로 둔 적이 있었나?
채경이를 따라 묵어, 머리에 길이 생겨버린,
나의 단발머리가 갑자기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지현이와의 카페 데이트
갑자기 채경이를 따라한 모든 순간의 나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현이를 불러 카페에 나가서 어지러운 마음에 데이트를 했다.
"지현아"
"응, 언니"
"내가 어린 시절에 너 많이 때리고, 질투한 거 알지? 엄마가 너만 예뻐해서"
"응, 알아 언니, 언니 근데 나한테 양보해준 적도 많잖아.ㅎㅎㅎ 이제 언니 안미워~"
"응, 언니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사실 언니가 그 친구를 정말 많이 닮아가고 싶었어"
"응, 그 채경이라는 언니?ㅎㅎ 언니, 그 언니 예쁘긴 하더라~"
"근데, 지현아, 채경이 언니가 오늘 발표를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데 언니의 마음이 많이 요란해졌어..ㅎㅎ'
"왜 언니?ㅎㅎ 무슨 이야기를 들었길래?"
"채경이는, 자신이나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걸 할 수 있는 친구였어.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친구... 난, 누군가를 늘 질투하고, 닮아가고, 좇아가려고 했는데 말이야~ㅎㅎ"
"ㅎㅎㅎ 언니, 뭔가 생각의 변화가 많이 들었나봐? 그런데 언니...
음, 채경이 언니는 그렇게 '존중'을 알고 있었다면, 언니는, 누군가를 닮아가고 싶었던 '동경'의 감정을 먼저 알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언니처럼, 멋진 누군가를 만났을 때, 따라해보고 싶고 닮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거, 어쩌면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느낌이잖아.. ^^;
내 친구들도 많이 그래, 특히 학교엔 그런 넘사벽들 한명씩 있으니까 뭐..ㅎㅎ
근데 우리 지민 언니가 조금, 질투의 그 마음이 심하긴 하지..?ㅎㅎㅎㅎ"
"뭐라고, 지현아?ㅎㅎㅎ 언니, 다 듣고 있거든? ㅎㅎ"
동생 지현이와의 대화를 했던 것 중, 아마 가장 내 동생 다운,
듬직한 답변을 도와준 것 같아서 동생이 고마운 순간이었다.
"지현아, 어찌되었든 너처럼 언니를 사랑으로 바라봐주는 동생이라면, 그렇게 해석해줄 수도 있겠다.ㅎㅎㅎ"
"사실은... 언니가 채경이 언니한테 잘 못 한게 있어서, 미안해서 편지를 쓰려고 해~ㅎㅎ
마음이 무거웠는데 지현이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언니가 좀 마음이 가벼워지네~ 고마워 진지현!"
그렇게, 채경이와 나 사이에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
마음이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어린 시절에 죽어라 미워하고 괴롭힌 동생 지현이가,
어느 덧 나만큼 자라서 나에게 좋은 조언이자 위로를 해주니 큰 고마움이 드는 날이었다.
'지현이가 이렇게 많이 컸단 말인가, 내동생, 진지현이...ㅎㅎㅎ'
그리고 샤워를 하고 집에 도착해서, 다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고, 책상에 앉아 한참을 멍을 때리면서 나의 마음 속 소리에 집중을 했다.
'멋있는 발표만큼이나, 멋있었던 채경이에게,
누구보다도 따라하고 닮고 싶었던 채경이에게,
이제 내 마음의 진심을 전달해야겠다…
그녀에게 고마웠던 것도.
그녀에게 미안했던 것도. 전부를...'라고 생각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게 별이 비치는 창문을 바라보며, 복잡해져만 가는 나의 마음과 생각을 확정했고,
이제 채경이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느낀 나의 마음을 종이에 옮겨 적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설 <동급생의 질투>이야기는 송븐니 작가의 Ai 창작물이오니, 참고부탁드립니다.
-소설기획: 송븐니 작가 l Story 확장: 생성형 Ai 도움 l 최종각색 및 편집: 송븐니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