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의 간호사입니다.

by Song the Vet nurse

안녕하세요,

저는 시드니에서 수의 간호사(vet nurse)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동물 보건사 혹은 수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직업입니다.

유튜브, 스레드,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할 때 수의 '간호사'라고 언급하면 간혹 불편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vetirinary nursing certification을 따서 수의 간호사가 맞습니다.


호주로 오게 된 지는 벌써 11년 차네요,

이렇게까지 오래 있게 될지는 정말로 몰랐네요, 인생이란!!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의 저는 정말 조용하고, 어쩌면 심지어 평범 이하일지도 모를 학창 시절을 보내며 친구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없는 정말 정말 소심하고 소극적이었습니다. 누군가 저를 묘사한다면 아마도 '그 왜 있잖아, 2반 맨 뒤에 앉아서 키 그냥 보통이고, 앞머리 있고 머리 길고 까만 안경 쓰고 조용한 애'라고 할 정도로 흔한 학생 1이었습니다.

남자친구는 당연히 사귀어 본 적도 없고 짝사랑 역시 실패하였기 때문에 언젠가 하굣길에 '난 진짜 평생 남자친구 한 번 못 사귈 것 같아'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크게 좌절하거나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와 동시에 '..난 평생 평범하게 살 것 같아, 이렇게 우물 안 개구리로, 한국에서 영원히 평범하게 사는 것 아닐까, 그냥 점수 맞춰 대학교 갔다가 평범하게 졸업하고, 회사도 돈 그럭저럭 주는 중소기업에서 최저시급 같은 월급을 받으며, 학교에서처럼 그냥 회사원 1로 평생 살 거고, 평생 한국에서 평생 평범하게, 그 누구도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렇게 평범하게 일을 하다가, 너무 불행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행복하지도 않게 그냥 그렇게 살 것 같아.


..난 평생 이렇게 그냥 평범하게 사는 건가?'


그로부터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은 호주 시드니에 있습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직업을 가지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으며,

작지만 제 이름(+남친)으로 된 아파트도 있고요,

본인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제 눈에는 멋진 영국인 남자친구와 약 10년째 연애 중입니다.

정신 산만하지만 제가 너무 사랑하는 강아지와,

너무나 어른스럽고 귀여운 고양이도 같이 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생각하던 그런 평범한 삶은 아니지만,

지금 역시 저는 평범하지만 제겐 너무나 특별한 삶입니다.


전 제 삶을 정말 사랑해요,

인생이란 정말 어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IMG_4691.jpg specialist hospital에서 일할 때 만난 고양이 Buzz 지금은 우리 집에서 막내로 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