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마주한다는 것

by 송예찬
포브스 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 직장인의 41%가 사람보다 AI를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 또한 Z세대의 50%는 직장 내 문제를 관리자보다 AI에 털어놓는 것이 더 편하다고 응답했다.


누군가의 성향, 취미, 사고방식, 가치 등 이 사람의 존재에 대해 공유하고 고민한 적이 최근에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 만나는 동료를 생각해본다. 그저 '리소스'로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그 사람을 정말 마주보고 함께 일하는 동료이자 사람으로 대하는지. 정말 그렇지 않고 싶지만 일과 속도에 치이다 보면 전자에 가깝게 행동하는 것 같다. 효율적으로 일하고, 성과를 내고, 그게 전부인 것처럼.


하지만 가끔 누군가는 내 안의 뭔가를 알아봐 줄 때가 있다. "이런 재능이 있었네요", "이 부분은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 별것 아닌 말 같아도, 그 순간 내 안에서 뭔가 움직인다. 아, 내가 그런 사람일 수도 있구나. 그런 깨달음.

생각해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제대로 마주한다는 건, 단순히 친절하게 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성장을 돕는 리더라고 불리는, 책과 글을 통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는 이주호 대표님의 글의 일부 내용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링크로 접속해서 꼭 전문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가치나 잠재력을 인정해주기 위해서는 신념을 가지고 겉으로 드러난 행동보다 그 사람이 가진 잠재력을 눈 여겨 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평소에 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자기 혼자 살아남겠다는 사람은 타인의 잠재력에 관심을 둘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조직의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한다는 건, 그 사람에게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가에 달려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가 몇 번이고 곱씹었던 문상훈 배우의 글들이 떠올랐다. 사람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교과서라고 보여줄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을수록, 이 사람은 편지 한 장을 쓰기 위해 받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생각했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얄팍한 검색이나 고민으로는 절대 소화할 수 없는 깊이가 느껴졌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가 없다고 속편한 핑계를 댈 때마다 형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는 '친절한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라는, 내내 의심해왔던 말을 한번 더 믿기로 합니다.
매일 밤 내일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하지 만 어제보다 못 할 때도 더 많아요.
그래도 오늘은 더 잘살아보자 용기를 내보는 것은 형님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모두가 나를 알고있는, 사실은 외로운 세상에서 늘 형님의 안녕이 궁금합니다. 뵌적도 없지만요.
매 순간 그럴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지만 이런 말들도 부담이 될까봐 마음만 남겨둡니다.
향상 고맙습니다.


내가 만약 이 편지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단순한 감동이나 기쁨을 넘어서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비치고 있구나, 어떻게 하면 이런 모습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편지를 이따금 보게 된다면 나를 다잡는 이정표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똑바로 마주보고 적은 글이 바로 이런 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료들과 정말 즐겁게, 함께 일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회사가 단순한 직장을 넘어서, 삶에 이유가 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에게 단순한 직장 동료가 아닌 하나의 목표를 향해 애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존중을 하고 있는지 물어본다면 쉬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기 살기도 바쁜데 남의 가치나 잠재력까지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나'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 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마주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스스로를 의심할 때 "넌 할 수 있어"라고 믿어준 사람들. 오히려 나보다 더 나를 마주보고 관심과 애정을 담아준 사람들. 그들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결국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되었다. 그들이 내게 준 건 조언이나 가르침이 아니라, 새로운 거울이었다. 그런 경험과 과정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누리기만 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상대를 제대로 마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겉모습이 아닌 가능성을 보는 것. 그리고 그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 그게 진심으로 사람을 마주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일지도.

오늘 만나는 사람을 조금 다르게 보면 어떨까. 그 사람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 너머에 있는 가능성을. 내 시선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거울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 거울에 비친 모습대로, 그 사람이 변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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