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 대표님이 들려준 토스의 이야기는 조금 더 현실적이었다. 그들에게는 금융 전문가도 없었고, 충분한 자금도 없었으며, 심지어 서비스는 수동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성공했다.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지, 그렇게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원동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태양 대표는 흥미로운 표현을 썼다. 사람마다 '원함 밀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고, 좋은 삶을 살고 싶어하지만, 누군가는 진짜 미친듯이 원하고 누군가는 그냥 원한다. 그리고 진짜 미친듯이 원하는 사람들은 그게 행위로서 드러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원한다'는 말을 쓴다. 성공하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하지만 그 원함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야근이 싫고, 워라밸은 챙기고 싶고, 역량 이상의 일은 부담스럽고, 리스크를 감수하기는 두렵다. 결국 우리의 원함의 밀도는 편안함의 경계를 넘지 못한다.
이승건 대표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치과의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포기했다. 의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정기 시험조차 포기하면서 창업에 몰두했다. 이태양 대표는 그런 모습을 보며 이 사람은 진짜 큰 일을 해낼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것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원함의 밀도가 높은 사람은 포기를 포기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오직 하나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위해 나머지를 정리하는 것일 뿐이다.
워렌 버핏도 "어떻게든 피해야 할 목록(avoid at all cost list)"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25가지를 적고, 그 중 다섯개만 동그라미를 치고 그 5개를 목록 A, 나머지를 목록 B로 구분한다. 얼핏 보면 B목록도 중간중간 이뤄할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버핏은 그 나머지 목록은 A를 달성하기 전까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밀도를 높이기 위한 포기와 선택은 내가 그것을 얼마나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근거와 같다. 나보다 더 치열하고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던 사람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밀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나는 과연 정말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밀도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4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4년은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태양 대표와 이승건 대표는 이 시간 동안 계속해서 실패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울라블라'를 1년 반 동안 만들었지만 실패했고, 투표 솔루션 '다보트'도 실패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성찰이다. 이태양 대표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관계를 맺는 것보다 오프라인에서 만나야 진정한 인간관계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온라인 네트워크를 원했다.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귀찮아했다. 스타트업이 표현하는 단어로는 '고객 지향적이지 않았다.'
토스가 만약 거기에서 멈췄다면 98%의 스타트업과 동일한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특별했던 것은 실패에서 배웠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린(lean)하게 접근 방식을 바꿨고,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이태양 대표님의 말을 빌리면 그다지 해결하고자 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문제도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용자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정말 고객 지향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송금 서비스라는 답을 찾았다. 송금에 대해 강력하게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고, 당시 즉시성도 보장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스타트업에서 실패는 당연하다고 얘기하고, 알고 있지만 과연 나는 실패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진심으로 성장의 동력, 다음 성공을 위한 단계로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실패를 당연하게 여기고, 그럼에도 동시에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과 비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승건 대표가 첫 은행 계약을 따내는 과정은 집요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그는 매일 밤늦게까지 은행을 돌아다니며 세일즈맨처럼 영업을 했다.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만, 이렇게 못 만나면 저렇게 타고 만나고, 어떻게서든 설득의 기회를 만들었다.
토스의 초기 운영 방식도 굉장히 수동적이다. 자동화가 되지 않아 홈페이지를 수동으로 새로고침하며 송금 요청을 확인하고, 은행 웹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OTP를 찍으며 송금을 처리했다. 심지어 두 창업자가 모두 자고 있으면 송금은 다음 날에나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투자에 관련해서도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투자받기 어려운 조건들뿐이었다. 금융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고, 규제 산업이라는 명확한 리스크가 있었으며, 정부 제재로 서비스가 셧다운된 상태였다. 게다가 필요한 투자금은 초기 스타트업 기준으로는 큰 금액인 10억이었다.
그럼에도 투자가 이루어진 이유는 명확했다. 투자자들은 이승건이라는 사람이 어떻게든 이 일을 되게 만들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이태양 대표님은 이를 두고 무엇을 하는지보다도 누가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누가'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가 모두 달라진다. [무엇을, 어떻게] 이 두 가지를 결정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AI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서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도 불과 5개월 만에 스타트업계에서는 모두가 아는 말이 되었다. 이제 시장에 출시되는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누가' 만들고, '누가' 파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로 옮겨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의 특별함을 정의하는 것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집요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진짜 미친듯이 원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내 하루하루의 행동에서 얼마나 드러나고 있는가? 내가 '하고 싶다',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들은 정말 나의 진심인가, 아니면 그저 사회적으로 바람직해 보이는 목표들을 따라 말하는 것인가?
솔직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하지만 이 질문들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무엇을 이룰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태양 대표님은 "처음에 창업이라는 걸 몰랐을 때는 성공이란 위대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처음부터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똑같은 태도로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얘기하셨다.
결국 일의 성패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가진 원함의 밀도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밀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바꿔가며,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사람. 그것이 바로 높은 밀도의 원함을 가진 사람의 모습이다.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원한다. 하지만 그 원함의 밀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원함이 얼마나 진실한지, 그리고 그것이 내 행동에서 얼마나 드러나는지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원한다고 말하고, 진정으로 원한다면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