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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Aug 04. 2020

진정성 있는 글을 쓰면 사람들이 알아볼까?  

진정성 없는 글은 알아볼 테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진정성 있는 글이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진실되고 참된 글. 솔직한 글. 


2016년부터 브런치를 시작했다. 열심히 할 때도, 한참 쉴 때도 있었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가 열릴 즈음이나 공모전 같은 게 있으면 갑자기 쓰기도 했다. 때론 브런치 메인에도 올라가고 다음 메인에 소개된 적도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경험을 하면서 기뻐하기도 하고, 어쩔 땐 방문자 수가 늘지 않아 내 글은 별로인가 하고 안달복달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마치 누군가 나에게 보낼 메시지를 구석구석 박아 놓은 것처럼, 요즘 들어 진정성 있는 글을 쓰라고 하는 문장을 자주 보았다. 이내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연 내 글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을까? 


거짓을 쓴 적은 없다. 없는 사건을 있다고 쓴 적은 없다. 하지만 글을 쓴 나는 알고 있다. 힘들어도 정말 내가 힘들어 죽겠다고 위로를 바란 적은 없었다는 것. 그럼 무얼 위해 썼냐고? "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렇게 훌륭하게 극복했어요. 여러분 보이시죠? 짜잔~" 


우와 대단하다. 영글음이라는 사람은 진짜 멋지고 용감한 걸? 사람들이 이렇게 알아주기를, 그 과정에서 내가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받길 바랐다. 한편으로는 영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나를 부러워하길 원하는 바람도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읽는 사람들의 마음과 반응을 내가 미리 정해 놓은 것이다. 그러니 사실을 담되, 포장을 그럴싸하게 해야 했다. 글을 쓰는 횟수만큼 포장 기술은 늘어 갔지만 독자들이 글의 알맹이를 알아차리는 수준에는 따라가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피드백이 올 때면 난감했다. 몇 해 전 <영원한 이방인? 나는 거부한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다음 메인에도 올라간 글이다.  그걸 읽은 선배 한 명이 자기는 항상 이민을 꿈꾸었는데 네 글을 읽으니 너무 힘들었겠다면서, 이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친히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짜증이 솟구쳤다.  


그게 아닌데... 내 글의 요지는 그게 아닌데...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 중에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놀라운 속도로 구독자가 늘고 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글의 내용도 좋고 구성도 좋고 무엇보다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게 느껴진다. 부러워 죽을 지경이다. 나이 들며, 글을 쓰며 이래 저래 나의 한계만 알아가는 중이다. 


한 번 나도 제대로 된 글을 써보고 싶어 졌다. 글이란 것이 자기 위안의 역할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기능도 톡톡히 하는 거니까. 그놈의 진정성, 담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다른 마음가짐으로 써보고 싶다. 좀 더 솔직하게, 날 것으로 팔딱팔딱 살아 숨 쉬게, 예쁘게 꾸미는 것보다는 글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충실하면서. 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기지만 그걸 꼭 글에서 자랑할 필요는 없으니까). 


무엇보다 나답게 써보고 싶다. 나는 원래 발랄, 유쾌, 상큼(? 진짜?), 오버, 철판, 엉뚱함, 약간의 똘끼로 충만한 사람이었다는 걸 오래도록 잊고 살았다. 신기하게도 나의 본성이 글 안에서는 꽁꽁 숨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글에서는 이성적인 척, 똑똑한 척하고 싶어 했었기에. 그걸 좀 벗어나 보고 싶다.    


나,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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